회계부정 ‘현장조사 확대’…최근 허위 자료제출 늘어
회계감리·외부감사 방해시 검찰 고발 … 회계법인들 테마감리 확대
금융감독원이 올해 회계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규모가 큰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서만 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사실 확인 필요성이 커졌고 이들 기업들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등 엄정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27일 금감원은 ‘2025년도 회계심사·감리업무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중요사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확대하는 등 신속한 감리를 실시하고, 중조치건에 대해서는 내부심의절차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셀트리온, 두산중공업 등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인적 한계로 인해 현장 조사 대상이 제한돼 있었다. 지난해 디지털감리팀을 신설하고 올해 IT전문 인력이 보강하면서 현장조사 확대의 기틀을 마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 감리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료제출 요구에 잘 응하지 않아서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 기업은 재고자산을 폐기했다며 폐기 사진을 금감원에 제출했지만, 실제 확인 결과 재고가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회계감리 방해 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의견으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안건을 올렸고 증선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회사는 고의 분식혐의도 받고 있어 검찰 고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동안 중과실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고의 분식혐의 없이 회계감리·외부감사 방해 행위만으로 검찰 고발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는 대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계기업·IPO예정기업 감독·감시 강화 = 금감원은 올해 한계기업 징후 기업과 IPO예정기업에 대한 심사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목적의 한계기업의 회계위반 사례가 늘면서, 관리종목 지정요건 근접, 연속적인 영업손실 등 한계기업 징후를 보이는 기업들의 심사를 강화해 회계부정이 적발될 경우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최근 적발된 기업들은 가공의 매출을 만들어서 매출을 과대계상하거나, 위장거래로 대손충당금을 환입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미 판매 후 출고된 재고자산이 있는 것처럼 허위 계상해 당기순이익을 부풀리거나 개발비를 허위 계상한 경우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한계기업 징후 기업에 대한 심사를 확대하고, 상장폐지 회피 목적의 분식 적발시 신속한 감리로 조기퇴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공개(IPO) 예정기업에 대한 심사 확대를 통해 회계분식 등으로 가치를 부풀린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상장 직후 주가·실적이 급감한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기업(기술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회사)도 심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회계법인 통합관리체계 운영 고삐 = 회계법인들에 대한 감리 주기도 바뀐다. 금감원은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는 ‘등록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강화해왔다. 대형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2년마다 감리를 진행했고 그 외의 등록 회계법인은 3년 주기로 감리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회계법인별 시장영향력·품질관리수준을 반영해 정기 감리 주기를 차등화(3~5년)하고, 취약부문에 대한 테마점검이 강화된다. 정기 감리 횟수는 줄어들지만 수시로 테마감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감리를 통해 지적된 취약 부분을 중심으로 테마감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자금·회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통합관리체계 운영 여부 △감사품질에 대응하는 성과평가 및 보상체계 구축 여부 △대표이사 등에 대한 견제장치와 같은 지배구조 운영 실효성 △감사투입시간 신뢰성 확보를 위한 관리체계 구축여부 △비감사용역 제공 등과 관련해 독립성 준수를 위한 정책의 구축·운영 여부 등이 중점 점검항목이다.
◆차세대 감리시스템 구축 = 금감원은 올해 회계심사 대상 선정부터 감리 종료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 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차세대 감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심사대상 기업에 대한 언론 기사를 비롯해 조사·공시 등 유관시스템과 연계돼 공시 자료 등도 자동으로 제공받게 된다. 1년 이내에 감리를 끝내야 하는 만큼 시기적으로 진행돼야하거나 완료돼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한 알람 기능 등으로 기한관리도 보다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현재 회계분식 예측 모형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것도 보다 고도화 할 예정이다. 분식회계 기업과 관련된 최신 자료를 반영해서 좀 더 정확하게 분식 우려 기업들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다수 회계연도에 걸친 위반 등에 대해 과징금 부과 상향을 추진하고, 장기 적체 건에 대한 별도 처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한 2026년 테마심사 회계이슈를 선정·발표하고, 이미 선정된 2025년 회계이슈는 신속히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회계 이슈는 △수익인식 △비시장성 자산평가 △특수관계자 거래 △가상자산 회계처리 등이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상장법인 등 160사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감리 및 회계법인 10곳에 대한 감사인 감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점심사 회계이슈와 한계기업 징후, 상장예정 기업, 기타 위험요소, 10년 이상 감리를 받지 않은 기업 등을 표본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금감원은 “경미한 위반행위는 금감원장 경조치(주의·경고)로 신속히 종결하고, 경제적·사회적 중요성이 높은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