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즉시 효력”
내일 오전 5시 백악관서 발표
전 세계, 초긴장 속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오후 4시(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 관세 정책을 발표한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는 발표 직후 발효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는 긴장한 채 발표에 담길 내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라는 이름으로 추진된다. 미국에 부과된 타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해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미국이 착취당해왔다”며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했다. 새로운 관세정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관세안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의 일률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다. 둘째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 만큼 되갚는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다. 셋째는 일부 국가만을 선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관세를 매기는 ‘절충안’이다. 트럼프의 최종안은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은 이미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그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의 거의 모든 수입품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실상 글로벌 무역구조 전체를 흔드는 결정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보복 관세를 포함한 모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중국은 “미국이 도발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인도, 호주 등도 워싱턴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25%의 자동차 관세가 3일부터 발효되는 가운데,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수출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USTR은 연례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거론했다.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국방 분야에서의 절충 교역,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 동향을 비롯한 디지털 무역 장벽,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문제 등이 포함되면서 상호관세 적용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긴급 대책회의를 예정해 둔 상태고, 정부는 대미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최근 한 달 새 시가총액 약 5조달러가 사라졌고, 소비자 신뢰도 역시 하락세다.
유럽과 아시아의 제조업 지표 역시 악화하면서 각국의 수출 중심 경제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는 미국 내부뿐 아니라 전 세계 통상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일(2일) 진행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조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개선하고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보호할 것”이라면서 “내일을 시작으로 (미국이) 갈취당하는 것은 끝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의 관세를 최종 선택할지 전 세계는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