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에만 5천억 든다…산불피해 투입할 예비비 ‘바닥’

2025-04-08 13:00:04 게재

기재부, 대선 예산에 목적 예비비 활용키로

예정처, 물가상승 등 고려해 4949억원 추산

4월 추경 편성해야 산불피해 신속지원 가능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6월 대통령선거에만 예비비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어처구니없는 ‘계엄 한 방’이 국가재정 5000억원을 한 방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올해 재난·선거 등에 쓸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1조6000억원이다. 대선 비용으로만 예비비 30%가 사용되는 셈이다. 산불피해 대응예산을 제때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6월3일 치러질 조기 대선 비용 방안 검토에 나섰다. 공직선거법 277조에 따르면 보궐선거는 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15일 내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 경비를 배정해야 한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점으로 보면 오는 19일까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기약없는 대피생활 경북 청송군 산불 피해 이재민 대피소인 청송국민체육센터에서 이재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들은 지난 25일부터 기약 없는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예비비 투입 확정 = 정부는 우선 예비비를 선거 비용으로 쓰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 대선 비용 충당을 위한 예비비 지출 안건을 상정, 의결했다.

지난해 확정된 예산안을 보면 기존예산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어서다. 올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편성된 선거관리 예산은 재보궐 선거 관련 항목 등 29억원 수준이다. 당연히 대선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도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국 예비비를 쓸 수밖에 없다. 대선에 예비비를 쓰고 나면 긴급재난 등에 대비할 예비비가 바닥 수준이어서 추경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선에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 2020년 20대 대선에 투입된 비용은 4210억원이다. 투표소 운영과 개표 관리, 선거관리 물품 구매 등 선거 관리 비용이 266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선거 이후에 각 정당에 지급한 선거보조금 465억원, 정당·후보자에게 보전하는 선거비용 1083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올해 대선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조기 대선으로 드는 비용을 약 4949억4200만원으로 추계했다. 20대 대선 때보다 739억원(17.5%) 가량이 늘어난 규모다. 선거 관리 비용은 3528억400만원이고 △재외선거관리 189억2500만원 △선거보전금 994억2400만원 △정당보조금 507억8900만원 등으로 추산했다.

◆부족한 예비비 어떡하나 = 문제는 조기대선에 예비비를 투입하고 나면 남은 예비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는 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감액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예비비는 지난해(4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깎았다.

이 중 3조2000억원은 국가 안보와 치안 등의 용도에 사용하도록 돼 있는 묶인 일반 예비비다. 선거와 재난·재해 등에 쓸 수 있는 목적예비비는 1조6000억원에 그친다. 대선에만 예비비의 30%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대형 산불 피해 지원까지 고려하면 예비비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실제 사상최대 규모의 이번 산불피해 복구지원에만 1조5000억~2조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재난복구 비용을 묻는 질의에 “강원도 산불 사례를 보면 4000억원 정도의 보상과 복구 비용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올해 대형산불은 사상최대였다는 2019년 강원도 산불의 4배 규모로 추정된다.

결국 현재 정부가 편성하고 있는 추경 예산에서 예비비를 증액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예비비 증액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도 동의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 측에 3조원 규모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을 요청했다. 예비비와 산불 진화 헬기의 투입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정부 부처 예산으로 편성될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청하면서 재난대응 예비비 추가편성에 공감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산불 피해 금액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예비비를 늘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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