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장기요양시설 수급 지역별 불균형 심화

2025-04-09 13:00:24 게재

토지·건물 소유규제, 개인 업자 부담

“지가 높은 지역 임차허용 검토해야”

초고령화시대 필수 서비스인 노인 장기요양시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KIRI리포트 ‘장기요양시설 소유규제의 역설과 개선방안’을 통해 “공공요양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지가가 높은 지역에 한해 임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요양시설은 장기요양보험 시설 급여 제공기관을 말한다. 주로 정원 10명 이상인 노인요양시설과 정원 10명 미만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의미힌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등에서는 10명 이상을 수용하는 시설에 대해 사업자(운영자)가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설 운영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송 연구위원은 장기요양시설의 ‘소유 규제’를 수급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장기요양 인정자수는 109만7913명이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시설은 전국적으로 6269곳, 정원은 24만6477명에 불과했다. 장기요양 인정자수 대비 시설 정원 비율은 전국 평균 22.4%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의 장기요양 인정자수는 연평균 8.9% 증가했다. 하지만 장기요양시설은 연평균 1.1% 줄었다. 서울의 장기요양 인정자수는 15만1065명으로, 시설 정원은 1만6318명이다. 10.8%만 수용할 수 있다. 전국 평균의 절반도 안된다.

전국 평균을 밑도는 곳으로는 부산(9.6%) 서울(10.8%) 광주(13.9%) 경남(14.4%) 울산(15.3%) 등이 꼽혔다.

서울과 부산 등 토지비용 등이 비싼 곳에서는 시설 공급이 저조하고 경기, 인천 등에서는 과도한 수준의 시설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시설이 늘면서 해당 지자체가 지급할 장기요양급여도 급증했다. 일부 지자체는 재정부담이 커지자 장기요양시설 총량제까지 도입하고 있다.

결국은 건물과 토지 소유권, 즉 부동산의 문제다. 2024년 기준 전국 개별지의 단위면적당 평균 가격은 약 7만원인 반면, 서울은 약 366만원이다. 평균 51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는 장기요양시설이 들어올 수 있지만 서울처럼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은 업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지역 시설정원은 1만6000명인데 반해 경기는 8만7705명에 달한다. 경기지역 수용률은 37.7%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송 연구위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생존률이 낮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소유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규제는 입소자의 주거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지가가 높은 서울에서는 오히려 주거안정성을 저해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1등급 인정자에 대한 노인요양시설의 1일당 급여 비용은 8만6030~9만450원,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1일당 급여비용은 7만2480원이다. 총수입이 같다고 해도 서울소재 장기요양시설은 상대적으로 운영자의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토지 및 건물을 확보하기 위한 초기 투자가 질낮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도시에 위치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장기요양시설일수록 조기폐업 가능성이 높다. 2016년부터 2022년 기간동안 폐업한 457개 중 10% 이상이 서울에 자리잡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년 장기요양시설을 A~E 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서울지역에서 양호(B) 등급 이상을 받은 시설은 40%도 안된다. 서울에서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정원 10인 미만 시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우수하거나 양호 등급을 받은 시설은 25.6%에 불과했다.

소유 규제가 사업지속성 및 요양 품질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계 등에서는 75세 이상을 후기고령 인구를 구분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신체와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돌봄과 요양시설을 필요로 한다. 후기고령인구는 2025년 43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2050년이면 두배가 넘는 11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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