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의 상처 딛고 ‘매향리평화기념관’ 문연다

2025-04-11 18:10:19 게재

화성시 옛 쿠니사격장 부지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한때 하늘에서 포탄이 쏟아지던 사격장이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경기 화성특례시는 지난 54년간 폭격의 아픔을 간직한 매향리에 ‘매향리평화기념관’을 조성, 오는 21일 정식 개관한다고 10일 밝혔다.

매향리평화기념관 개관식 홍보 포스터
매향리평화기념관 개관식 홍보 포스터. 화성시 제공

개관식은 오후 1시 30분 매향리평화기념관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은 미 공군사령부의 사격훈련장이었던 ‘쿠니사격장(Koon-Ni Range)’의 일부 시설을 보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손길이 더해졌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은 건축면적 2136㎡,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지난 2019년 착공, 2021년 준공돼 지난해 12월 임시 개관했다.

기념관의 비전은 ‘평화의 길, 희망의 바다’다. 쿠니사격장 존치 건물은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평화의 길)으로, 기념관은 치유와 존중을 통한 평화를 약속하는 공간(희망의 바다)으로 각각 조성됐다. 기념관 외부는 회랑과 추모의 위령비, 물이 흐르는 공간 등을 마련해 매향리 주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념관 내부는 따스한 빛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도록 설계했는데 오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둠의 시간을 지나 평화와 희망을 되찾은 매향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시는 설명했다.

1층에는 어린이체험실이 있다. 빛과 희망, 자유, 평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미로, 퍼즐, 그림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매향리의 이야기를 접하고 평화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쿠니사격장의 설치부터 폐쇄까지의 과정, 주민들의 투쟁, 미군 훈련의 실상 등을 담은 다양한 기록이 전시돼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소재로 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화성시는 미군이 사용했던 위병소, 카페, 체력단련실, 사격통제소, 숙소 및 식당, 장교막사 등의 공간을 그대로 존치해 시민들이 당시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시는 “매향리가 겪었던 과거의 아픔을 역사적으로 되새기고 그 기억을 이어감으로써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의 MI(Museum Identity, 박물관 아이덴티티)는 지난해 3월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화성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과 기획전시 등을 통해 기념관이 평화 및 인권교육의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다. 20인 이상의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며,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전시 외에도 인스타그램 계정(@maehyang_peace_m)을 통해 다양한 평화 콘텐츠와 기념관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매향리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포탄 아래에서도 삶을 지켜낸 주민들의 눈물과 고통이 켜켜이 쌓인 땅”이라며 “매향리 평화기념관은 주민들의 아픔과 용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되새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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