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애관극장’ 공공매입 사실상 무산

2025-04-14 13:00:16 게재

시 “건축가치·형평성 논란”

시민사회 “역사·문화 가치”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는 ‘깐느극장’은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가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극장이다. 바로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있는 ‘광주극장’이다. 1935년 10월 개관해 90년이 넘은 극장은 여러 차례 문을 닫을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최근 광주 동구가 이 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존립할 버팀목을 찾았다.

애관극장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천 중구 애관극장. 사진은 지난해 5월 열린 제12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당시 애관극장 전경이다. 이 영화제는 올해 5월에도 애관극장에서 열린다. 사진 인천시 제공

하지만 광주극장보다 더 오래된 인천 ‘애관극장’은 아직 보존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개관한 지 130년이 지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 몇 년째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애관극장은 1895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이다. 개관 당시 이름은 협률사. 이후 1910년 축항사로, 그리고 1925년 지금의 애관극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안타깝게도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함포사격으로 반파돼 방치돼 있다가 1960년 400석 규모로 새로 지었다. 이후 몇 차례 리모델링을 하긴 했지만 지금도 재건축 당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애관극장의 존립 문제가 다시 관심이다. 애관극장은 IMF 당시 경영 위기를 잘 버텼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넘기지는 못했다. 결국 2021년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애관극장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도 이 시기부터 공공매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공매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매가격과 건축적 가치가 논란거리다. 2021년 이 극장이 매물로 나올 당시 극장주가 희망한 매매가는 100억원이었지만 시 감정평가액은 70억원 정도다. 전쟁을 겪으며 폐허가 돼 재건축했고, 이후 여러 차례 개보수된 건물이라 보존가치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중구 개항장 등에는 애관극장뿐 아니라 보존 가치가 있는 수많은 민간 건축물이 있는데 이를 모두 인천시가 매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인천시 관계자는 “문화유산이 아닌 건물을 시가 매입하면 다른 문화유산들과 형평성 논란도 있을 수 있다”며 “당장 공공매입을 하기보다는 각종 행사 대관 같은 별도의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계속해 인천시의 공공매입을 촉구하고 있다. 애관극장을사랑하는시민모임 등 지역 8개 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시가 2021년 발주한 관련 연구보고서에는 애관극장이 역사·사회·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충분하고 도시·건축적 가치는 후속 과제로 남겨야 한다고 설명했다”며 “시는 건축적 가치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매입 불가 의견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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