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형집행순서 변경, 재량권 일탈 아냐”

2025-04-14 13:00:41 게재

징역형 일부→벌금형 노역장 유치→징역형 잔형 집행

대법 “지휘 당시 기준 판단” … 집행유예 불가, 파기환송

징역형과 벌금형에 따른 노역장 유치를 모두 집행할 때 그 순서는 검사가 수형자의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재량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후적으로 수형자의 유불리를 따져 위법성을 판단해선 안된다는 의미로,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전자충격기 등 흉기를 이용해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문제가 됐다.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에 따라 실제 출소일을 기준으로 누범·집행유예 결격 기간에 해당했는데, 변경 지휘 전 징역형의 종료예정일로 보면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462조는 2개 이상의 형을 집행하는 경우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검사는 소속 장관의 허가를 얻어 무거운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을 집행할 수 있다.

A씨는 특수강도죄 등 혐의에 관한 판결이 확정돼 2014년 1월 23일부터 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집행됐다. A씨는 2016년 7월 22일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로 폭행죄로 인한 벌금형, 음주운전 혐의로 인한 벌금형 두 건이 먼저 집행됐다. 이에 A씨의 징역형 집행이 정지되고 벌금형에 대한 노역이 각각 40일과 13일 먼저 집행됐다. 이에 징역형 출소가 노역형 일수 만큼 늦어져 2016년 9월 16일 출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지휘가 없었을 경우를 기준으로 누범·집행유예 결격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형 집행순서 변경의 취지는 가석방 요건의 조기 성취에 있다고 봐야 하는 점, 집행순서 변경으로 실제 구금일수가 증가한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지휘가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집행 순서 변경 지휘로 A씨가 가석방 요건 중 일부 조건을 갖추게 된 점을 보면 이 변경 지휘가 반드시 불리한 처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A씨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누범으로 처벌되거나 집행유예 결격이라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피고인이 다시 새로운 범행에 나아갔기 때문”이라며 “사후적으로 평가할 때 이 사건 변경 지휘의 결과 징역형 집행종료일이 늦춰져 누범에 해당하게 됐더라도, 검사가 변경 지휘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또는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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