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판 ‘저녁이 있는 삶’ 반네이좐(反內卷) 바람

2025-04-17 13:00:05 게재

최근 중국에서는 ‘반네이좐(反內卷, 과도한 경쟁 억제)’ 열풍이 거세다. 정부 기업 사회 개인 등 모든 면에서 과도한 경쟁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사업과 생활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 생태계를 개선하고 기업 간의 건전한 경쟁을 보장하며 직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반네이좐’ 정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2024년 7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업계 자율을 강화하고 ‘네이좐식 악성경쟁’을 방지할 것을 제기해 이를 종합적인 국가 거버넌스 차원으로 승격시켰다.

올해 발표한 ‘전국 통일 대시장 구축 가이드라인(시행)’은 지방정부의 가격인하 경쟁과 저수준의 중복 건설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시장감독총국은 플랫폼 경제의 합법적 운영을 강화했으며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호 간의 자율적 가격결정권을 보장하고 악성 가격경쟁을 제한했다.

지난 3월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는 ‘반네이좐’이 핵심 화두로 제기됐다. 정부 사업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네이좐식 경쟁’에 관한 종합적 거버넌스 방침을 제기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은 노동법을 개정해 주5일 근무제를 기준으로 명시했으며 은폐된 잔업 규제와 퇴근 후 휴식권 보장을 감독 목록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 노력을 통해 부당경쟁을 억제하고 기술혁신과 브랜드 구축을 강화할 것을 제기했다.

정부 기업이 과잉경쟁 억제에 앞장

대기업들이 ‘반네이좐’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가전업계 대기업 메이디그룹(美的集团)은 ‘근무시간 후 회의 금지’ ‘형식적인 연장근무 금지’ 등 6대 간소화 요구를 제시했으며 오후 6시 20분 이후에는 회사에서 연장근무를 금지했다. 드론업계 선두 기업인 DJI(大疆)는 저녁 9시 이후 근무를 강제로 금지했다. 중국 가전업계 대기업인 하이얼(海尔)은 강제휴무제를 시행하고 연장근무 지원을 중단했다. 중국 최대 외식 플랫폼인 메이퇀(美团)은 2025년부터 배달원의 배달시간 초과 벌금을 전면 폐지하고 10억위안(약 1946억원)을 투입해 중소 음식점 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반네이좐’ 바람이 전면화 되고 있는 배경에는 ‘네이좐식’ 경쟁의 부정적 영향이 전반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네이좐식’ 경쟁은 주로 가격전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중국의 수출기업들에게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었고, 국제 무역에서 중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업계에서 ‘네이좐식’ 경쟁의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기업의 이윤 감소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업계에서는 2024년 가격전쟁으로 인해 이익이 8%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네이좐식’ 경쟁은 시장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파괴하고 산업 발전·경제 활력·기업 혁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도 불필요한 연장근무가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메이디그룹은 ‘퍼포먼스식 작업’의 문제점, 이를테면 끊임없는 회의와 번거로운 PPT 보고가 30% 이상의 유효 근무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청년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8%가 ‘무용한 연장근무로 인해 효율이 40% 이상 저하된다’고 대답했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고질화 발전 목표와도 배치된다. 기업들은 보여주기식 작업을 근절시키고 직원의 권리보장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사무비를 절감하고 경영관리 최적화를 실현함으로써 전반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삶의 질’ 선택,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

Z세대(1997~2012년 태어난 세대)는 개인 성취감을 ‘일과 생활의 균형’으로 정의한다. Z세대의 72%는 ‘승진 때문에 가족 시간을 희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반네이좐’ 해시태그의 조회수는 10억을 돌파했다.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 직원들은 인간 중심의 고용주를 더 선호한다. 동시에 과도한 내부경쟁이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업무 피로를 해소하고 있으며 스포츠분야 소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중국 1인당 스포츠 소비 지출은 3068위안(약 6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57% 증가했다. 전 국민 건강의식의 향상은 ‘반네이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로 되고 있다.

왕푸동 산동사회과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