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2.75% 동결

2025-04-17 13:00:06 게재

한은, 환율 등 불확실성 경계

전문가들, 다음달 인하 기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안팎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1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지난 2월 회의에서 0.25%p 인하한 이후 두차례 연속 내릴지 주목됐지만 일단 한 호흡 쉬어가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빨라질 경우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1400원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매일 몇십원 단위로 요동치는 상황에서 자칫 통화정책완화 속도를 높이면 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초 올해 서너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급정지된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을 좀 더 살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시카고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관세는 인플레이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1.75%p 수준이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향후 추가 인하 시점이 관심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다음달(29일) 금통위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에 압도적인 의견을 내면서도 향후 채권금리 하락을 점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했다. 실제로 최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빠르게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를 크게 밑도는 수준(2.35%)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기대와 별개로 정부와 한은의 재정 및 통화정책 필요성과도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내수경기 부양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발 고관세가 전세계 교역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국내 소비 진작을 통해 최악의 침체는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도 이날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지난 2월 전망치보다 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5%로 하향 수정했던 데서 다음달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대 후반까지 낮췄다. 앞서 기획재정부도 11일 ‘최근 경제 동향’에서 “내수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이번주 1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조기대선 국면에서 재정확장과 통화완화를 동시에 추진해 내수부양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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