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가계부채와 한국경제

2025-04-18 13:00:09 게재

한 나라의 부채를 경제주체별로 분류하면 가계부채, 기업부채, 국가부채(정부부채 포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정부부채는 OECD 평균보다 매우 낮고 기업부채는 약간 높고 가계부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금융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가계부채의 비율은 2014년 69%에서 2024년 92%로 급상승하고 있다. 조사 대상국 중 캐나다(101%)에 이어 2위로 미국(71%) 영국(77%) 일본(66%) 프랑스(60%) 보다 월등히 높고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가계부채로 인한 성장둔화가 발생하는 기준을 GDP 대비 80%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채의 부정적 효과가 레버리지를 이용한 성장 등 순기능을 상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위험 가구 비중은 2015년 2.8%에서 2023년 5.0%로 가계부실 위험지수 개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취약고리이자 뇌관

국제 가계부채 통계에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보증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공식적인 가계부채와 전세보증금의 합계는 거의 3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가계의 부채이기도 하며 전세보증금을 합산한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50%가 넘고 있다. 단연 세계 압도적 1위이다. 한국은행 등 당국이 GDP대비 가계부채를 보는 것은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인지, 그리고 실물경제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 크다.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취약고리이고 뇌관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23년 국제결제은행(BIS)은 '신흥국에서의 신용과 자원배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민간 빚이 경제성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경우 민간신용이 추가적으로 늘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전환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과다하면 금융 위기에 노출될 수 있고 역 전세나 깡통전세 등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위험이 커질 경우에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상환을 염려해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가계부채와 전세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 자영업자 등 중산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두달 뒤 탄생될 새 정부는 상생의 경제적 틀을 만들어 가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진영논리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국가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한국인들의 국가공동체에 대한 정신은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IMF 위기 때 국민이 보여주었던 금모으기 열정,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 때 국민들의 헌신, 독재적 발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기 등은 국가와 개인 간에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인들의 정신이 있다. 이러한 공동체 정신은 한국의 자랑이요 앞으로도 키워나가야 매우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다.

새 정부는 상생의 경제적 틀을 만들기에 우선순위 둬야

보수정부가 되었건 진보정부가 되었건 진영논리의 작은 사고에 갇혀 공동체적 자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대부분 중산서민층이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중장기 가계부채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자유, 시장경제, 민주, 평등 등은 우리 모두가 키워가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고 성장잠재력을 키워줄 자산들이다. 어느 지도자도 이것들을 해쳐서는 안 된다.

최원락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이사 전 코스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