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선득표 90%?…‘과도한 쏠림’에 민주당 기대반 우려반
당원투표 공개 후 국민여론조사 실시, 연쇄 ‘쏠림’ 효과
경선룰, ‘양김’후보 의견 미반영 …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경선보다 본선 주력” “중도층·비명계 지지 확장성 제한”
6.3 대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첫 경선지인 충청권 투표와 개표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우위 가능성에 우려와 기대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높은 득표율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대체적인 분석과 함께 과도한 우위는 오히려 민주당의 일극체제를 부각시키면서 확장성을 위협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후보 경쟁자인 양김(김동연, 김경수)진영에서는 경선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압도적 당원 지지로 통과된 경선규칙(룰)을 정할 때부터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자칫 내부 불만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첫 순회 경선지역인 충청권의 당원투표 결과는 19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50%)과 국민여론조사(50%)를 같은 비율로 반영해 진행된다. 이중 당원투표 결과는 합동연설회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먼저 공개된다. 권역별 경선 투표 일정은 16~19일 1차 충청권, 17~20일 2차 영남권, 23~26일 3차 호남권, 24~27일 4차 수도권·강원·제주 순이다.
국민여론조사는 21~27일 사이에 이틀간 진행하고 결과는 27일에 공개된다. 당 선관위는 안심번호로 100만명을 추출한 후 50만명씩 나눠 두개의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합산한 결과를 반영한다. 구체적인 여론조사 날짜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4번의 권역별 당원투표 중 최소 충청과 영남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한 이후에 국민여론조사를 진행해 결국 당원투표 결과가 국민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밴드왜건(band wagon)’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쏠림 현상이 가중되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각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에 대한 쏠림이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지난 14~16일에 전화면접방식으로 물어본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이 후보는 전국 만 18세 1001명 중 44%의 지지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김동연 후보는 8%, 김경수 후보는 3%였다. 민주당 지지층(374명)만 따지면 이 후보 지지율이 87%로 압도적이었다. 김동연 후보와 김경수는 후보는 각각 3%, 1%로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첫 경선지인 충청 민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조원씨앤아이와 글로벌리서치가 TJB대전방송와 디트NEWS24의 의뢰로 지난 14~15일에 대전 세종 충남지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 조사에서도 범진보진영 후보 중 이 후보가 44.4%, 김동연 후보 6.8%, 김경수 후보 2.7%를 얻었다.(없음·모름, 25.7%) 민주당 지지층(446명)의 지지도는 이재명 85.3% 김경수 2.1%, 김동연 1.2%였다.(없음·모름, 7.9%)
적극 지지층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동전화응답방식 조사에서는 ‘이재명 쏠림’이 더욱 강하게 나왔다. 리서치뷰가 KPI의뢰로 지난 13~14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447명) 중에서 91.8%가 이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줬다. 김동연 후보는 3.4%, 김경수 후보는 2.2%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절대적 우위’를 불가피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후보가 3년여 동안 당대표로 지내면서 당을 ‘일극체제’로 다져놓은 데다 ‘개딸(개혁의 딸)’ 등 강력한 적극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고 경쟁자인 양김 후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친이재명계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는 당 경선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본선을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스케줄을 짜고 있다”며 “경선은 조용히, 안정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80~90%이상의 높은 득표율은 당연한 것”이라며 “김경수 김동연 등의 인지도나 평가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대세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두 경쟁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이 과도하게 높게 나오면 이들이 주장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이재명 포비아’와 같은 비호감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확장성이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 후보에 대한 전 국민 지지율이 30~4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당 내부 경선이 이 후보에게 과도하게 쏠리도록 나오게 되면 흥행 실패뿐만 아니라 확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서 “본선 경쟁력 차원에서 이미 최고점 지지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제3지대, 소수정당의 움직임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했다. 3자, 4자 등 다자대결이 아닌 빅텐트 등이 성사되는 양자대결로 펼쳐지고 국민의힘 후보가 중도층을 자극할 수 있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경선룰에 대해 김동연 후보는 “(완전국민경선이) 우리 민주당의 원칙이자 전통”이라며 “이 같은 원칙과 전통이 지금 파괴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손발을 묶고 하는 권투 경기와 다름없다”고도 했다. 김경수 후보는 “(경선룰 결정)그 과정에서 가능하면 후보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역선택)우려가 없는 당원들의 참여 폭은 확대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김두관 후보는 경선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당 경선 후유증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경선룰은 당 중앙위원 96.5%, 권리당원 96.4%의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