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 재취업서비스
기업 성장의 주역, 중장년 근로자 퇴직 이후 삶 지원
1000인 이상 사업장 재취업지원 의무 … 300인 이상 기업 자율도입 컨설팅, 40세부터 경력 점검·설계 맞춤상담도
2020년 5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1000인 이상 기업은 50세 이상 비자발적 퇴직예정자에 대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화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화했다.
이에 노사발전재단(재단)은 기업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2021년부터 재취업지원서비스 기업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제도 및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역량강화 교육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40세부터 경력을 점검하고 설계해 직무 유지·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일대일 맞춤상담서비스를 도입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재단 전국 중장년내일센터 12곳을 통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있다.
2023년부터는 의무화 대상이 아닌 30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자율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업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기업컨설팅을 받은 사업장은 1500곳으로 1000인 이상이 879곳, 1000인 미만이 621곳이다.
김대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재취업지원서비스가 기업에서 실효성 있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의지와 중장년 근로자의 관심,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재단은 우수기업 사례가 널리 전파되고 기업이 내실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자를 위한 의무 넘어 ‘한국앤 미래 아카데미’ 설립으로
#. 나민찬씨는 퇴직을 앞두었지만 구체적인 재취업 계획이 없었다. 처음 회사에서 취업상담을 해준다고 했을 때 빨리 퇴직하라는 뜻으로 오해했다.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퇴직 이후의 인생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경력을 이어갈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재직 중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불안이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설렘도 생겼다.
1965년 설립된 한국앤컴퍼니는 차량용 축전지를 생산한다. 경기 성남시에 본사를 두고 대전시와 전북 전주시에 생산공장이 있다. 1000여명 직원 중 생산직이 70%를 차지하고 50세 이상 중장년 근로자가 20%에 이른다.
한국앤컴퍼니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2023년 퇴직예정자에 대해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이신선 ES사업본부 선임은 “노사발전재단(재단)의 재취업지원서비스 기초컨설팅을 받기 전에는 퇴직예정자들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주로 고민해 정년연장제도를 운영하고 퇴직연금 수령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왔다”면서 “하지만 퇴직은 남은 인생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큰 변화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 건강 인생에 대한 자세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했다.
한국앤컴퍼니는 그해 6월 재단의 기초컨설팅을 시작했다. 당시 대상자 18명 중 참여자는 5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 중 일부는 교대근무로 중도이탈이 발생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이에 먼저 전담팀부터 바꿨다. 당시 본사 HR부서에서 재취업지원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대상자들은 대부분 공장 생산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퇴직예정자가 많은 대전공장 생산지원팀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전담하고 신임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진로설계 교육’도 개선했다.기존 2일 16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은 순환 교대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다. 교육시간과 이동시간을 단축하면서 동시에 실효성은 높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근로자들의 인식개선이었다. 이 선임은 “회사에서 취업알선 상담을 제공한다고 하니까 상당수 직원들이 퇴직을 압박하는 것으로 오해했다”면서 “단순한 재취업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한 회사 차원의 배려와 복지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먼저 안내문을 ‘시니어 근로자 인생 2막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명시하고 담당자가 대상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홍보와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15명의 퇴직예정자들이 진로설계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도 ‘8시간 진로설계 교육+취업알선 컨설팅’으로 개발했다. 1일 차에는 퇴직 이후 진로설계서를 작성하고, 2일 차에는 개인별 경력목표와 연계한 맞춤형 취업상담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5.0만점)는 높았다. 생애설계는 4.8점, 취업알선상담은 5.0점에 달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단순한 의무적 시행이 아닌 실효성 높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공간과 재취업지원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프로그램도 발전시킨다. 선배 퇴직자의 재취업 성공사례 특강을 추가하고 퇴직예정자들을 위한 워크샵과 커뮤니티 조성을 통해 정보교환을 비롯한 소통창구도 마련했다. 나아가 ‘한국앤 미래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사내 교육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키고자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