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역개발, 실행 기반부터 다지자

2025-04-21 13:00:15 게재

선거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역발전을 약속하는 다양한 공약과 청사진이다. 이러한 구상들은 초기에는 지역민들의 기대를 모으지만 실현되지 못하면 오히려 실망과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지역개발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화려한 계획에 앞서 실행가능한 정책수단과 구조적 기반부터 점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 지역개발사업은 국가균형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대의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 왔다. 재정·세제 지원, 국공유지 개발, 규제완화 등이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최근에는 공공의 보험이나 보증 같은 유인을 통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수단들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제도적 미비점과 현실적 한계로 인해 여전히 민간투자 확대에 한계가 따른다.

화려한 계획에 앞서 실행가능한 정책수단과 구조적 기반 점검부터

저성장 인구감소 경기침체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재정여건은 날로 열악해져가고 있는 반면, 복지지출과 우발적 재난 대응을 위한 공공지출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첫째, 성장잠재력이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특성과 첨단기술 등 미래성장동력을 감안한 특화발전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과거처럼 무분별하고 유사 중복적인 특구지정은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새로운 특구는 이전보다 더 과감한 규제특례와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신규 토지를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기반시설이 조성된 스마트시티나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공간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정책의 신축성과 재원조달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중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여 지역실정과 특성에 맞는 개발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환경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개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행조직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부처별로 지역에 설치한 특별행정기관이나 정부공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되었으나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지자체의 직접 참여 또는 자체 지방공기업 설립이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거나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지방공기업은 자본금과 자금조달 능력이 취약하고 사업경험과 역량이 부족하여 대규모 사업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특별행정기관들을 권역단위 ‘플랫폼형 집행기구’로 통합·재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초광역 단위의 국가균형발전계획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며, 지자체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 실행체계를 마련해 기능중복을 줄이고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제도적 차이는 있지만 영국의 특별행정기관 구조는 협업기반의 집행조직 설계측면에서 시사점을 준다. 영국은 중앙정부의 부처별 특별행정기관을 권역별로 통합한 지역사무소를 설치하고, 정부·지자체·민간이 협력하는 중개조직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에게 희망 주는 개발구상과 신뢰 주는 집행력 결합돼야

결국 지역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략적 규제 완화와 지원, 정부의 재정·금융 지원과 민간 자본의 유기적 연결, 나아가 지역발전 목표에 부합하는 실행조직의 설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에게 희망을 주는 개발구상과 신뢰를 주는 집행력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유병권 서울시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