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축통화 지위 잃게 되나

2025-04-21 13:00:15 게재

관세전쟁·재정적자 영향 … 유로·엔 대비 하락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석달간 추진한 거의 모든 정책은 달러의 지지 기반을 허무는 쪽으로 작용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행정부 인사들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따른 비용이 혜택보다 더 크다는 시각이다. 미국 통화를 부당하게 강하게 만들고 자국 수출업체에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를 유지 중인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11일에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 하락분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경제의 약 1/4을 차지하지만 달러는 공식 세계 외환 보유액의 57%를 차지한다. 달러는 국가들의 외환 보유액 외에도 전세계 금융시장의 주요 거래 통화다. 몽골의 은행이든, 칠레의 연기금이든, 유럽의 보험그룹이든, 싱가포르의 헤지펀드이든 달러는 궁극적인 준비 자산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달러는 무역에서도 중심 역할을 한다. 모든 수출송장의 54%가 달러로 표시된다. 금융 분야 지배력은 더 절대적이다. 모든 국제 대출 및 예금의 약 60%, 국제 채권 발행의 70%가 달러로 표시된다. 외환 거래에서는 모든 거래의 88%가 달러를 포함한다.

달러의 글로벌 통용성 덕분에 미국 지폐도 해외에서 대량 유통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2조달러 이상의 미국 지폐 중 절반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막대한 국제적 수요는 미국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국 정부나 기업들은 더욱 낮은 이자로 차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비판했던 미국의 “과도한 특권”이다.

양현승 기자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