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가두고, 24시간 묶고…‘환자 잡는’ 정신병원

2025-04-22 13:00:47 게재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 실태조사

20곳 중 6곳 법률·지침위반 등 발견

기준·지침을 무시한 채 환자들을 가두고(격리) 묶어두는(강박) 정신병원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500시간 이상 격리하거나 24시간 연속으로 꽁꽁 묶어두는가 하면 묶어놓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병원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최근 사망사건이 발생하거나 인권위에 진정이 반복 제기된 병원 등 20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문 실태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6개 병원에서 △격리·강박 절차 위반 △강박 환자 활력징후체크 소홀 △격리강박실 안전 △위생기준 미흡 등의 사실이 발견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문의 지시 없이 격리·강박을 허용하고 있는 병원이 8개, 문자메시지 지시도 허용하는 병원이 7개였다. 정신건강복지법 위반이다. 격리·강박 사유를 고지받았다는 환자는 면담대상 89명 중 35명에 불과했다.

복지부 지침대로 ‘격리 후 강박’을 지키는 병원은 4개에 그쳤다. 최대시간도 지침위반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분석된 격리 167건 중 가장 오래 실시된 것은 526시간(21일 22시간)에 달했다. 24시간 초과 연속격리 사례도 2곳에서 발견됐다.

강박의 경우 1회 최대 허용시간은 4시간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24시간 연속 강박 사례가 드러났다.

또 병원들은 격리 시 1시간마다, 강박 시 30분마다 환자를 관찰 및 평가하고, 억제대 사용 강박 시 1시간마다 활력 징후를 체크한다고 답했지만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2개 병원에서 활력징후 체크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격리·강박은 의료인 포함 2명 이상의 훈련된 직원이 수행토록 하고 있는 지침과 달리 17개 병원에는 보호사 채용 자격요건이 없었다.

한편 격리・강박실은 간호사실과 가까워야 함에도 간호사실 외부에 설치한 병원이 12개였으며, 간호사실과의 거리가 15~20m인 병원도 일부 있었다.

일반 병실에 환자를 강박했다가 사망 사고가 난 병원에서 또 병실 강박을 저지르는가 하면 격리・강박실 면적이 2.3㎡ 남짓인 병원에서는 환자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화장실 및 청소인력 부족으로 상당수 격리・강박실에서는 악취가 났다.

이날 인권위는 2개 병원에 대해 위법행위가 중대해 별도 직권조사를 개시하고 나머지 4개 병원에 대해서는 자체 개선 계획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격리·강박 지침 법령화 △보호사 법적 근거 마련 및 교육 강화 △격리·강박실 규격 및 설비 기준 마련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비강압적 치료 제도화 등을 권고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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