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율 2~3주 내에 결정”
중국에 최종 시간표 제시 … 백악관은 속도 내지만 베이징은 응답 없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현재 90개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결국 우리는 훌륭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3주 안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결정 시점은 “중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밝혔다. 사실상 베이징에 최후통첩을 던진 발언이다. 미중 무역 협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 품목에 최대 14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해왔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로 대응 중이다. 이른바 ‘폭탄 관세’는 양국 경제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워싱턴DC 국제금융연구소(IIF) 행사에서 “양국 모두 지금의 관세 수준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무역 금수 조치에 가까우며, 통상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양국이 함께 관세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품목에 대해 대중 관세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에 대해 “놀랍지 않다”면서도 “일방적인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악관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 쟁점은 단순한 세율이 아니다.
베선트 장관은 “비관세 장벽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은 어떤 요구를 할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결렬되면 양국은 4월 2일 발표 수준의 고율 관세 체제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모두에게 불리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매일 직접 협상하고 있다”고 밝히며 협상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공정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중국 정부는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협상은 여전히 비공식 접촉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중 무역 구조 재조정(Rebalancing)에 2~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면서도 실질적인 협상은 그보다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관세 논의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9%포인트 낮춘 1.8%로 조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감세와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성장률 3% 달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감세 법안이 7월 4일 이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며, 규제 완화의 효과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재선을 위한 경기 부양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관세 조정 논의는 단순한 무역 정책 수정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전략적 영향력 확보를 둘러싼 복합적 전략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구조적 무역 관행을 문제 삼으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고, 중국은 일방적 양보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가 내건 ‘2~3주 시한’은 단기적 결정을 넘어서, 무역 전쟁의 다음 국면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