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트럼프발 무역전쟁, 미중 디커플링 가속화되나

2025-04-24 13:00:10 게재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래 단 한해도 빠지지 않고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조달러대 적자다. 아무리 넘버원 강대국일지라도 끝없는 대규모 무역수지적자 행진은 지속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국부의 심각한 유출을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도 무언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국면이었다.

트럼프정부의 고율관세부과정책, 특히 중국에 대한 엄청난 고율관세부과는 기존의 자유무역 패러다임에 익숙했던 국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던졌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절대적 가치로 자리매김한 세계경제에서 고율관세정책과 미국우선주의(MAGA)는 사실상 세계질서에 많은 불안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중간에 끼어있는 한국은 국내의 정치적 불안요인과 트럼프의 통상정책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는 형국이 되었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9927억달러였고, 그중 36.3%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였다. 반면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는 사상 최대인 1조198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그중 24.6%가 대중 무역수지적자였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2024년까지 대미 무역수지흑자 누계는 5조2355억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흑자 누적총액의 59%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적자 누계는 6조5926억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적자 누적총액의 36%에 달했다.

미중 교역구조, 산업재와 소비재로 분업화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최혜국대우 원칙을 지렛대로 미국시장에 순조롭게 진출하면서 무역규모가 대단히 빠르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WTO체제 이후 대외무역수지적자와 대중 무역수지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중 양국의 30대 교역품목(HS코드 4단위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중국 수출 30대 품목(대중국수출의 65.7%)은 민간항공기와 농축산품(대두 쇠고기 수수)을 중심으로 광물자원(석유가스 석유원유 석탄 구리), 전기전자제품(반도체디바이스 전자집적회로 자동자료처리기계), 의료분야(혈액 의약품 의료기기 진단용시약), 승용차와 부품, 기계기기(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기계 측정검사용기기 물리화학분석용기기 원심분리기), 화학제품(PE 비환식탄화수소 화학목재펄프 에폭시수지), 면화, 밸브·파이프 등이었다.

반면에 미국의 중국 수입 30대 품목(대중국수입의 56.4%)은 전화기 자동자료처리기계 축전지를 중심으로 전기전자제품(게임기기 모니터 프로젝터 변압기 전선케이블 마이크로폰 에어컨디셔너), 가구류(의자 식탁주방용품 가구부품), 잡제품(플라스틱제품 축제카니발용품 트렁크·케이스 운동용품 등), 승용차 및 부품, 의약품, 신발, 스쿠터, 난방기기, 기체진공펌프, 의류, 조명기구, 밸브파이프, 비금속제 장착구 등이었다.

얼핏 보아도 미국의 대중 수출품은 대체로 산업재 위주이며 중국으로부터 수입품은 소비재 중심임을 알 수 있다. 30대 품목만 놓고 본다면 경합하는 품목이 적고 서로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상호 고율관세부과는 양국 모두에게 어려운 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미국의 관세정책은 레이건 시절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트럼프 1기정권에서 USTR 대표를 지냈던 트럼프의 무역정책 책사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가 2023년 출간한 ‘어떠한 무역도 공짜는 아니다(No Trade Is Free)’라는 책 내용 그대로다.

트럼프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해외로 이전된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수입축소와 수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소비시장인 미국시장을 유인책으로 활용해 해외진출 미국기업의 회귀와 외국인투자를 유도하면서 중국 유럽 등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선 고율관세를 통한 공정성 확보에 나섰다.

전략적 디커플링이 MAGA 핵심 전략

무엇보다도 트럼프행정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군사·외교·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적자의 형태로 엄청난 달러를 중국에 이전하는 개방적 무역정책은 중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통상정책의 기조는 전략적 디커플링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수출에서 중국은 7.3%를 차지했고, 수입에선 13.4%를 차지했다. 중국 비중은 정점을 기록했던 2017년에 비해 수출 1.1%p, 수입 8.2%p 감소했다.

트럼프 1기는 물론 바이든 시절에도 무역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사실상 진행되어 왔다. 이번 무역전쟁의 격화로 경제전반에 걸쳐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곽복선 경성대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