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트럼프 관세폭탄과 구글·애플코리아
미국정부는 이달 초 대한민국에 상호관세 25%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뒤 이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상호관세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들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정한 세율 계산법은 더욱 황당했다. 해당국과의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한 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서 세율을 정하다니.
아쉬움을 넘어 부아가 치미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일방적인 미국의 조치나 주장임에도 변변한 입장표명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공개했다. USTR은 우리 정부나 국회가 적용하거나 추진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망 사용료 부과 법안’ ‘클라우드 보안인증 프로그램(CSAP)’ 등을 “반경쟁적” “진입장벽”이라고 지적했다.
USTR 보고서는 관세폭탄 정국에 올라타 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상호관세 대응과는 별도로 USTR의 주장에 대해선 정부가 상식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꼼꼼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USTR이 거론한 법안이나 제도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빅테크로 불리는 미국 기업들이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기업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사회적인 책무는 방기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2023년 국내 매출을 3653억원으로 신고하고 법인세로 155억원을 냈다. 하지만 업계에선 유튜브와 광고수익,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구글의 국내 매출이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본다. 지난해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코리아의 2023년 국내 매출액을 12조1000억원, 법인세를 518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 경쟁상대인 국내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액 10조7377억원, 7조8716억원에 법인세 3842억원, 1571억원을 각각 냈다.
지난달 영남지역 산불로 온 국민의 마음이 타들어갈 때 국내 대부분 기업들은 이재민 돕기와 피해복구에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이들 빅테크들은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산업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를 생각해보면 씁쓸하다.
외국계 기업이라 해서 차별대우를 하면 안된다. 하지만 상식과 공정에 기초한 제도정비는 외국계 기업, 특히 미국 기업이 불편해한다고 해서 주저할 일은 아니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