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주기적 지정제 유예에 대한 기대

2025-04-25 13:00:01 게재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상장기업 중 회계 및 감사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3년간 주기적 지정을 유예할 수 있도록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지정유예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감사기능의 독립성과 전문성, 감사지원 조직의 실효성, 감사인 선임 절차의 투명성 및 회계 투명성 제고 노력 등 총 5개 영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외부감사인이 회계감사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 먼저 외부감사인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춘 회계법인만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했다. 상장회사가 6년간 자율적으로 선임한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받으면 다음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받도록 했다. 지정받은 감사인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회계감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성이 확보된다.

주기적 지정제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수단

주기적 지정제는 지배주주가 직접 경영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다. 예를 들어 약 30%의 지분을 소유하면서 직접 경영을 하는 경영자는 자본시장에 양질의 회계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낮다. 이미 기업의 통제권을 행사할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주주의 지지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투자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6년마다 외부감사인을 지정해 ‘메기’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런 경우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임한 외부감사인이라도 향후 지정감사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감사품질이 높아진다.

주기적 지정제 도입으로 회계법인은 소송이나 감리 등 법적책임이 커졌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감사업무에 투입하게 되었다. 반면 기업은 높은 감사보수와 내부회계관리체계 구축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에 ‘갑’이었던 기업이 ‘을’이 되면서 불만도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양질의 회계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본시장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개선되었다.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 독립성 개선할 수 있는 기회

경영진과 독립적인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감사위원회에는 1명 이상의 회계 및 재무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어 최소한의 전문성은 갖추고 있다. 반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은 회사의 소유지배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상법상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중 최소한 1명은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태에서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드물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도 많지 않다. 이런 경우 감사위원회보다는 지배주주인 경영자의 의지가 외부감사인 선임과 감사보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KT나 포스코와 같이 소유분산 기업의 경우에는 주주에게 양질의 회계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있기 때문에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인 감사인을 선임하고 적정한 감사보수를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기적 지정제 유예 대상 선정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함께 감사보수의 적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기적 지정 유예제도 도입이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독립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