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자본성증권 발행 급증
지난해 발행액 21조7000억원
전년 비 57.2%↑… 숨은 부채
지난해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금액이 2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2% 급증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대부분 조기상환이 관례화된 ‘무늬만 자본’으로 숨은 부채이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4년 금융회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2023년보다 7조9000억원 늘었다. 5년 전인 2019년 1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보험업권 등 비은행 금융사들의 발행이 13조5000억원으로 은행·은행지주 발행 8조3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강화에 대응한 보험업권의 자본성증권 발행금액이 급증했다.
작년 말 금융회사 자본성증권 발행잔액은 98조8000억원으로 후순위채(코코 후순위 포함) 48조10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코코 신종 포함) 50조7000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권별로는 은행 38조7000억원, 금융지주 24조2000억원, 보험 21조4000억원, 증권 9조1000억원, 신용카드 2조2000억원, 기타금융(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자산운용) 6000억원 순이다.
이 중 올해 만기나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물량은 12조6000억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5조2000억원, 금융지주 4조6000억원, 보험 1조2000억원, 증권 9000억원, 할부리스 6000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서도 자본성증권 발행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1분기에만 발행된 금융사 자본성증권은 8조7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보험업권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4조7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8조655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본성증권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을 말한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기업과 금융사들이 현금확보와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자본의 질적 저하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금융사의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비중이 커지면서 자본의 질적 구성은 떨어졌다
작년 말 현재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이 존재하는 69개 금융회사의 별도기준 재무 현황을 살펴보면, 자기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은 평균 20.2%에 달한다. 이는 2019년 말 6.6% 대비 크게 확대된 것이다. 해외 금융사(북미 9개사 8.8%, 유럽 11개사 8.2%) 대비 높은 수준이다.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재분류할 경우 레버리지배율은 15.1배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금융사들은 관례화된 조기상환을 감안하면 차환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시장 충격이나 신종자본증권의 리스크 부각으로 투자수요가 위축될 경우 양질 또는 동질의 자본 대체를 통한 조기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