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개헌의 핵심은 양당제 타파

2025-04-28 13:00:09 게재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제기된 개헌논의가 대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즉시 개헌을 유보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개헌에 적극적이어서 대선 토론에서 후보들은 어떤 개헌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제안된 개헌 방향은 권력체제 변화와 중임 대통령제 도입으로 정리된다. 전자의 주장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측근의 권력비리와 탄핵 등 끊임없이 퇴행적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참에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개헌 방안은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중임제로 재선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서 책임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대선과 총선을 4년 주기로 맞추게 되면 두 선거를 동시선거에 치를 수 있어서 국민 갈등과 선거비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체제 변화나 중임제 대통령제 도입과 같은 대안들은 현재와 같이 거대양당이 90% 이상의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독과점적 상황에서는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뀐다고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거나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의 욕망이 권력을 독점하려는 경향을 부채질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은 동시선거에서 총선에서도 과반의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당내 공천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대통령의 정당지배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여지가 농후하다.

권력구조만 바꿔서는 정치개혁 어려워

지금과 같은 거대양당 체제 하에서 의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가 도입된다면 일당에 의한 완전하고 배타적인 권력독점구도가 된다. 다당제의 유럽 국가들에서 2개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당 체제와 의원내각제가 결합하면 대통령제에서 보는 여대야소와 같은 권력독점이 필연적이다.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만 뽑는 소선구제와 다수결의 선출방식은 대표성의 질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미 75년 전에 듀베르제(Duverger)가 밝힌 다수결의 소선거구제가 양당 체제를 유도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거대정당은 항상 득표율에 비해 훨씬 많은 의석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49.9%를 득표했지만 지역구의 64.2% 의석을 차지했다.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50.5%를 득표하고 63.3%의 의석을 획득했다. 이처럼 단순다수결 방식으로 1명의 대표만 뽑는 선거제도는 항상 1당에 유리한 대표성 왜곡을 낳는다.

그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택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양당제를 촉진한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호대로 투표 선택을 하면 사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군소정당 지지 유권자들은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선의 후보를 택하게 되는데 그 후보는 거대정당 후보다. 선거제도가 유권자로 하여금 진심투표가 아닌 전략투표를 하도록 강제하는 셈이다.

이처럼 현행 선거제도는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군소정당에 불리한 제도로 양당제가 고착되는데 기여해 왔으며 정치 양극화의 기반이 되었다. 권력구조를 변경하더라도 양당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당 간 적대적 관계와 그로 인한 정치파행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개헌의 핵심은 국회에서 3개 이상의 정당이 의미 있는 수준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다당제 구도 돼야 정치양극화 해소

다당제를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 현실적 대안이다. 한 선거구에서 최소 3인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선거제도를 바꾸면 거대양당뿐 아니라 군소정당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구 규모가 커질수록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하나의 정당이 절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협력해야만 국회에서 심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입법 독주는 불가능해진다. 거대양당이 충돌하는 경우라도 제3당이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다면 중간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타협적인 대안이 제시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거대양당이 선거법 개정의 주체이므로 중대선거구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제도의 문제와 양당제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개헌은 거대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국민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