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 남용하는 정신병원 지속 감시

2025-04-28 13:00:24 게재

적정보상 통해 의료인력 부족 해결 … “비강압적 치료 모델 개발 보급해야”

지난해 5월 경기 부천시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가 강박 중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격리·강박을 하는 정신의료기관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인력부족 문제와 강압적 치료 모델 탈피 등 문제제기도 나온다.

김준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보는 28일 발행된 ‘이슈와 논점’ 제2352호에 실린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 및 강박 제도 개선 방안’보고서에서 “정신의료기관 격리·압박 등 실태조사를 통해 일부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남용 가능성과 의료인력 부족 문제 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격리·압박은 △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 △자·타해 위험이 크고, 그 외의 방법으로 위험을 해소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를 더 세분화해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격리 압박 적용 인원에서 정신의료기관 간의 차이가 심했다. 정신의료기관별 평균 격리 환자 수는 60.8명이고 강박 환자 수는 32.8명이었다. 이는 중간값 각각 19명, 17명과 차이가 커 기관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의료기관은 격리 환자가 한 명도 없는 반면, 최대 861명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강박도 없는 경우와 최대 943명까지 있는 곳이 있었다. 지침이 제시한 조건 및 상황이나 시행원칙에서 벗어나 시행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

또 지침에 따른 연속 최대 시행시간을 초과한 경우가 있는 기관은 57개소로 전체의 14.7%에 이른다. 적정한 수의 훈련된 직원에 의해 수행되도록 제시한 지침의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10월 한달 기준 별동별로 간호사가 없는 근무조 수가 1개 이상인 기관은 96개소로 24.7%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 정신의료기관은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력 기준상으로는 입원환자 60명당 전문의 1명, 입원환자 13명당 간호사 1명이다.

하지만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관 4곳 중 1곳은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으로 편성된 근무조를 1개 이상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모든 근무조에서 환자 6명 당 간호사 1명을 두도록 한 것과 비교된다. 인력이 부족해 질수록 격리와 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부 기관의 격리와 강박 남용 문제가 의심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현행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에서 격리 강박 관련 사망 사고를 신속하게 보고받아 관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격리 강박 현황을 주기적으로 수집 분석해 공개한다.

김 입법조사관보는 “정부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보고 및 정보 공개 체계를 도입해, 각 기관의 격리 강박 시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리아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격리 강박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모델을 개발하고 의료현장에서 보급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자체 연구결과에 따라 ‘오픈 다이얼로그’를 제안했다. 비강압적 치료법으로,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을 치료과정의 주체로 참여시키고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가와 집단 대화를 통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논의하는 방법이다.

김 입법조사관보는 “비강압적 치료모델이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인상을 통한 의료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이들의 교육과 훈련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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