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막바지인데…기대했던 컨벤션 효과 ‘감감’

2025-04-28 13:00:29 게재

2차 경선 발표 앞두고 지지율 약진 안 보여 … 이재명과 큰 격차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경선이나 전당대회 등 통해 정치인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주자들 지지율이 제자리걸음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큰 격차를 기록하고 있다. 구 여권에서는 △본선 기대감이 낮은 탓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악순환 △짜증만 유발하는 토론회 △‘한덕수 변수’에 더 쏠리는 관심 △‘윤석열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과 회피를 ‘컨벤션 효과’가 실종된 이유로 꼽는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오면서 시작된 ‘탄핵 대선’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은 약세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인용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8~10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동훈 4%, 홍준표 5%, 한덕수 2%, 김문수 9%, 안철수 2%를 기록했다. 이재명(37%)에 비하면 너무 저조한 성적표였다.

포즈 취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연합뉴스

1차 경선 진출자 8명 발표(16일)→2차 경선 진출자 4명 발표(22일)→후보 토론회→2차 경선 여론조사·당원투표(27~28일)를 거치면서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주자들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다. 2차 경선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22~24일)에서 한동훈 8%, 홍준표 7%, 한덕수 6%, 김문수 6%, 안철수 2%였다. 한동훈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38%)에 턱없이 뒤떨어지는 수치다.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왜일까.

우선 ‘탄핵 대선’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애당초 본선 기대감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경선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구 여권 인사는 “처음부터 이번 대선은 ‘탄핵 대선’이라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니, 당원이나 지지층이 (국민의힘) 경선에 관심을 갖기 힘들었고, 주자들의 지지율도 오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탄핵 대선’으로 인한 대선 비관론이 주자들의 지지율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경선 과정에서 진행된 후보 토론회도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었지만 흥행은커녕 짜증만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일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키도 큰데 뭐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는 질문이 있더라” “‘생머리가 맞느냐, 보정속옷을 입었느냐’ 하는 질문도 있었는데 유치해서 안하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유치하시네요”라고 맞받았다. 25일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깐족’ 공방으로 시간을 소모했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 대표를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느냐”(홍준표)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있는 분들한테 깐족댄다는 표현 쓰시면 안 된다. 폄하 표현”(한동훈) “한 후보처럼 깐족거리는 사람과는 토론하기 싫다. 방송 그만하고 싶다”(홍준표)며 충돌했다. 토론회가 후보 호감도를 높이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경선이 ‘한덕수 변수’에 떠밀려 관심도가 떨어지는 결과도 나타났다.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당원들과 보수층의 눈길이 한 대행으로 향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관심 밖으로 밀렸다는 것.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조차 한 대행과의 후보단일화 약속에 급급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스스로 경선 흥행을 망쳤다는 비판이다. 앞서 구 여권 인사는 “한덕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민의힘 경선이 사실상 한 대행을 추대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 비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당내의 엇갈리는 입장도 ‘컨벤션 효과’를 막는 대목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다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저지에 앞장섰고, 탄핵 인용 이후에도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24일 방송 연설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고 사과했지만, 당내 상당수 의원과 일부 주자들은 윤 원장의 메시지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탄핵에 대해 다수 여론이 찬성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① 본선 기대 낮아 관심 떨어지는 악순환

② 토론회 ‘깐족’ 공방만 하다 “짜증 유발”

③ ‘한덕수 변수’ 탓에 경선 주목도 떨어져

④ ‘윤석열 탄핵’ 명확한 반성·사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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