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이 우크라전 참전 인정한 의도와 향후 행보
러시아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6개월 만에 공식 인정했다. 러시아는 26일 쿠르스크주 통제권의 완전한 회복과 북한군 기여를, 북한은 28일 북한군 참전 속 쿠르스크지역 해방작전의 ‘승리적 종결’을 발표했다. 사전 조율을 통해 공개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14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 차관 방북, 21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김정은 면담이 최종 조율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파병을 공개했을까. 첫째, ‘승전’과 ‘참전’ 공식화가 북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우선 협상 차원에서 ‘쿠르스크주 재탈환’을 중요 분기점으로 봤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재탈환 전까지 임시 휴전에도 미온적이었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재탈환을 선언하며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피력했다. 목표한 재탈환 단계에 이르렀고 트럼프행정부의 압박이 가시화되기 전 협상구도를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군 파병 인정은 향후 우크라이나의 추가 공격에 러북이 함께 응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승전’과 ‘참전’ 공식화가 북러 모두에 이익
둘째, 승전 분위기, ‘종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러시아 점령 영토를 인정하지 않는 ‘정전’이 아닌 러시아의 승전으로 귀결된 ‘종전’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쿠르스크주 재탈환이 필요했다. 쿠르스크주가 미탈환 상태에서 영토 협상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 북한군 향후 위상 문제다. 향후 러시아군을 비롯한 북한군 포로 교환 협상, 향후 북한의 전후 복구 및 재건 참여 등의 협력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북한의 ‘정당한 참전’을 공식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쿠르스크주 재탈환 이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면서 전후 처리 문제가 의제화될 수 있는데, 북한군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구도는 오히려 협상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조약에 근거한 정당한 참전 구도를 프레임화하는 쪽을 선택했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첫째, 외교적 측면에서 러시아 승전 분위기에 적극 동조하면서 북러조약에 근거해 정당하게 참전했음을 메시지화해 불법적 파병 프레임을 희석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승전 기여라는 전략적 지위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군사적 측면에서 북러의 관계를 확실하게 동맹으로 쐐기박기는 일종의 보장장치 차원이다. 이번 북한의 발표에서 ‘동맹관계’를 빈번하게 언급했는데, 혈맹 지위에서 군사적 반대급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북러관계 약화나 러시아의 미온적인 반대급부 등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군 희생을 ‘영웅적 위훈’ 및 ‘승전’ 프레임으로 전환해 국내적으로 동요를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쿠르스크주 재탈환 계기로 ‘승전’에 대한 혁혁한 기여라는 프레임을 형성, 내부 동요 가능성을 차단, 김정은의 대외적·군사적 성과로 극대화하는 선전전에 활용할 여지가 커졌다. 파병군 희생자 가족의 상실감과 반발심이 일부 있을 수 있으나 북한의 정치문화, 북한 당국의 특별 우대, 국가적 조치 강조 속에서 부정적 파급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정리하면 북한군 파병 인정은 북러에게는 대미 견제 및 협상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재탈환, 승전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향후 대미 협상 우위 확보, 북한은 동맹을 뒷배경으로 대미 억제 및 협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푸틴과 김정은 정상회담 예비작업 가능성도
그런 차원에서 이번 북한 파병 인정은 조만간 있을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위한 빌드업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발표로 양국 정상이 참전·승전을 축하하고 향후 관계 강화를 약속하는 외교적 퍼포먼스가 필요하게 됐다.
당장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에 특별군사작전에 기여한 국가로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정은 입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20여 개국 정상들 사이에서 북한의 승전 기여를 오롯이 주목받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푸틴-김정은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승전’ ‘참전’ ‘동맹’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별도 이벤트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