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협치 위한 양원제 개헌을 검토할 때다
2시간짜리 계엄은 대통령 탄핵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탄핵소추 결론까지 4개월은 한편의 전쟁 드라마였다. 헌법재판소 결론은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야당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게 핵심요지다. 말하자면 토론부재 정치에 대한 질타다. 물론 헌재는 야당 책임 부분을 대통령의 헌법정신 위배보다 상대적으로 무겁게 보진 않았다.
국정공백과 민생외면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민감국가 지정이 눈앞에 닥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남의 일처럼 무심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위헌·위법한 대통령을 방어하느라 급급했고 민주당은 여전히 다수의 완력을 무기로 밀어붙이기를 일삼았다.
그 사이에 사상 초유의 대형산불 재난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정치권 방심이 자초한 산불로 봐야 한다. 산림 및 소방 당국인들 제대로 돌아갔을 리가 있겠는가. 3류정치의 폐해는 참담하다.
이런 치졸한 정치의 원인은 정치의견 수렴과정에서 여과장치가 결여돼 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절차가 무시된 결과 중심 사고방식이 고착화돼 있고 권위에 대한 도전이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이게 한국사회 전반에서 권위의 문턱을 낮추어 놓은 결과까지 초래했다.
탄핵은 토론부재 문화가 부른 정치재난
과정을 중시하는 영미는 이원제 의회 구조를 갖고 있다. 양원제는 의회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며 대통령중심제나 내각제와는 전혀 무관하다. 하원을 통과한 법률이 비합리적일 경우 상원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행위에 대해서는 파면으로 책임을 물었다. 뿐만 아니라 야당의 전횡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지적했다. 대통령의 ‘관용과 자제’가 중요하지만 국회도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수십차례 연속탄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래 지속된 야당 주도의 지나친 탄핵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은 토론부재 문화가 불러 일으킨 정치재난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불상사가 다시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고쳐야 할 것 아닌가.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을 선포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가 법률 전문가라 그게 역으로 작용했을 수 있겠다. 어쨌건 그가 왜 그 길로 갔는지에 대한 분석은 필요하다. 토론부재의 우리 정치문화가 그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협치를 하도록 제도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의회 양원제가 혹시 우리의 현안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끄러운 대통령 탄핵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도움이 된다면 도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절차를 중시하는 양원제가 거대 정당의 전횡을 방지하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 탄핵 후에도 개헌과 같은 중대사에 대해서 심지어 당내에서조차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야를 떠나 자신들의 이해, 정파간 이해에 따라 언론플레이를 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민주당내 개헌논의를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제의했으나 당 대표가 반발하자 며칠 후 아예 없던 일인듯 사라졌다. 국민의힘도 비상계엄 돌파구로 아무 토론없이 개헌문제를 제시하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게 우리 정치의 토론부재 불치병이다.
탄핵을 유발하는 요인이 싹트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만 이번에 봤듯이 야당과의 대화나 타협보다 일방통행을 중시한 대통령과 쪽수의 완력을 과시해온 야당 간에 그런 요인을 사전 제거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다가 돌아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의회 양원제가 하나의 해법이 되리라 보는 것이다. 양원제는 소폭 개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도 한때 양원제를 실시하려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먹고 살기 힘들 때 이를 악물고 이겨내겠다는 굳은 각오로써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누구나 노력했다. 그 당시에도 정치권이 잘했다는 기억은 없지만 어쨌건 단 20년 만에 극적으로 기적이 이루어졌다.
토론문화 만들기 위해 필요하면 개헌도
지금과 같은 환란 속에서도 국가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국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여전히 안간힘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기간 중 정치권은 그저 권력장악에만 혈안이었다. 기업도 맥을 잃었다. 삼성을 보라. 메모리 1위의 역사를 쓴 지 32년만에 그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주었다. 글로벌 7위의 위치에서 한숨에 39위로 추락했다. 그러면 100위 아래로 더 내려갈 때까지 방관만 하고 있겠다는 뜻인가.
정치풍토 개선을 위해 토론문화를 만들고 그를 위해 필요하면 개헌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기업들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