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2일 전 ‘이재명 선거법’ 재부상…‘어대명’ 흔들리나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어차피>
민주당 구심력은 강화 … ‘자격시비’ 논란 넘을 수 있나 국민의힘 ‘구도 흔들기’ 시도 … 초반 여론전 치열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대법원의 속전속결 판결로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한덕수 전 총리와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재명 사퇴”를 주장하며 허점을 파고 들고 있다.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가 흔들릴지 정치권은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고등법원이 파기환송된 사안에 대해 대선 전 ‘100만원 이상’을 재선고하면 2차 사퇴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현재는 대법원의 유죄 취지 선고만 있어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살아 있지만, 양형이 선고되면 사실상 ‘무자격 대통령 출마’라는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법조계는 대체로 대선 전 대법원 재상고심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은 “대선 후 고법이나 대법원 재판부가 최종 확정판결할 경우, 대선을 새로 치러야 한다”는 논리로 이 후보 사퇴를 더욱 몰아 세우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1일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공직선거법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원칙과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서울고법이 대선 전 판결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위원장은 “만에 하나 이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 당선은 곧 무효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몇달 안 되서 수천억원을 들여 또다시 대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대법원 선고는 한마디로 이재명에 대한 탄핵 선고”라며 “3년 전 대선에서 중대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범이 또다시 대선에 출마한 것 자체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은 유죄 확정을 뜻한다”며 “이 후보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이는 대법원 판결 불복이고 범죄자가 사법질서를 불복하는 쿠테타”라고 지적했다. 김문수·한동훈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 후보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환송심 절차가 남았다는 핑계로 대선에 그대로 나오겠다는 것은 ‘법꾸라지’ 같은 발상”이라며 “무자격 선수가 우격다짐으로 출발선에 계속 서 있겠다고 하면 관중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이 후보에 대한 유죄 판단을 확정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즉각적인 후보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당혹해 하면서도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박찬대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2일 열린 첫 선대위 행위에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내란 종식해야 그 힘으로 대한민국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중심의 대선 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일 종로구에서 비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해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등이 후보 사퇴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선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온갖 상상과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민 뜻을 따라야겠다”고 답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라며 “국민주권과 국민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또 “지금은 법원의 시간이 아니라 국민의 시간”이라며 “민주당은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맞서 의연하게 국민을 믿고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대법원마저 정치에 나선 것이냐”면서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사법 위에 국민이 있다”고 썼다. 민주당과 지지층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중도층과 일반 국민들 속에서 팽배했던 ‘반 이재명’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집중적인 공세와 민주당의 역공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프레임을 주요 쟁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이른바 민주당 경선 시점부터 구축된 ‘어대명’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느냐가 관건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민주당의 대응 태도와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서 대표는 “중도·유보층이 봤을 때 민주당이 흔들려 이 후보 교체론이 커지면 ‘심각한 상황이구나’ 느낄 것이고, 반대로 민주당이 한목소리로 대응하면 이재명 구심력은 유지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판결로 이 후보 대선 행보가 발목이 잡혔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의힘이 정치적 수혜를 입기보다 오히려 ‘내란종식 대선’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공산이 크다고 봤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