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회복력 앞장서는 한국 리더십에 세계가 공감"

2025-05-02 13:00:05 게재

OOC 9년 평가 위에 10차 대회 개최 … 10월 APEC에 연결

해수부, 3.7조원 규모 76개 행동계획으로 글로벌실행력 주도

한국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불법어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국에 해양 회복력 강화를 위한 지금 당장의 ‘행동’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끌어냈다.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10차 아워오션 콘퍼런스’(OOC )개회식에서 피터 톰슨 유엔해양특사,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앞줄 오른쪽 두번째부터) 참석자들이 대회 개막을 환영했다. 사진 연합뉴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8~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제10차 아워오션콘퍼런스(OOC)와 연이어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어진 제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관계장관회의를 주도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해양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보였다. OOC에는 정부 장·차관급 인사, 유엔 해양특사 등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를 포함해 글로벌 비정부단체(NGO)와 기업 관계자 등 100여개국 2300여명이 참석해 지속가능한 해양 미래를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탈탄소 흐름에 부정적인 행보를 보여도 기후변화 대응 위한 인류노력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정연근 기자
이어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해양관계장관회의는 OOC의 협력 성과를 APEC 논의에 반영했다.

10월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장관회의로는 처음 열린 해양관계장관회의에는 21개 APEC 경제체 해양수산 관계부처 장·차관 등 고위급인사 150여명이 참석해 △해양 회복력 증진 △해양환경 보존 △불법·비규제·비보고 어업 근절 △지속가능한 어업과 양식업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제10차 아워오션 콘퍼런스(OOC)’ 개회식에서 해녀합창단의 공연은 100여개국에서 온 참석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일한 해녀들과 그들의 문화가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고 발전해 온 인류 보편의 정서·문화와 연결돼 있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사진 연합뉴스
◆해운조선 디지털 변화 특별주제로 다뤄 =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워오션콘퍼런스 폐막 연설에서 “지난 3일간 전 세계 해양 지도자들은 인류 해양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했고 약 91억달러 규모, 277개의 구체적인 실천 공약을 발표했다”며 “대한민국은 이번 회의에서 ‘해양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안했고, 기업과 함께한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 기반을 더욱 넓혔다”고 말했다.

OOC는 매년 각국 정부, 국제기구, 글로벌 NGO, 기업 등 전 세계 해양 리더가 모여 해양 현안을 논의하고 국제사회의 참여와 행동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해양분야 종합행동플랫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해양쓰레기 문제, 수산자원 남획 등으로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지만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어느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어 OOC가 탄생했다.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주도한 OOC는 2014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우리의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지속 가능한 어업 △해양 오염 △해양 산성화 등 3개 주제를 논의하며 시작한 후 칠레(2015년) 미국(2016년) 몰타(2017년) 인도네시아(2018년) 노르웨이(2019년) 팔라우(2022년) 파나마(2023년) 그리스(2024년) 등으로 이어졌다. 2020, 2021년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해수부는 10차 대회를 앞두고 지난 9년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 냈다. 평가를 기반으로 향후 10년을 위한 방향을 잡고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자는 해수부 제안에 OOC사무국과 세계는 호응했다.

OOC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자원연구소(WRI)가 10차 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OOC 10년 진행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해양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1600억달러 이상 규모 2618개 공약을 발표하고 이행노력을 진행 중이다.

세계자원연구소는 “2014년 이후 우리의 바다회의, OOC는 야심찬 국제행동을 추진하고 자원을 동원해 왔다”며 “81%의 공약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상황에서 공약 이행자들은 단합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재원의 지출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올해 10차 회의 슬로건을 ‘우리의 바다, 우리의 행동’(Our Ocean, Our Action)으로 채택하고 전 세계 해양 주체들에게 해양의 건전한 이용과 보전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또 △해양보호구역 △지속가능한 어업 △해양오염 △기후변화 △해양안보 △해양경제 등 6개 기본의제와 함께 개최국 특별의제로 해양행동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써 ‘해양디지털’(Digital Oceans)을 선정했다.

해수부는 해운·항만·수산·해양 등을 대부분 총괄하는 통합 해양행정부처를 둔 대한민국의 경험과 성과를 기반으로 76개 실천공약 패키지를 담은 ‘지속 가능한 해양을 위한 행동계획’(Korea Blue Action Plan)도 국제사회에 발표했다.

행동계획에는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 수행, 선박의 친환경 연료 전환과 공급망 구축 논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 저감을 위한 어구의 전주기 관리 정책 추진 등이 담겼다. 길게는 2031년까지 완료하는 이 행동계획에는 3조7593억원(약 26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양의 선도사례를 공유하고 국제협력을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다자간 협력으로 진행되는 OOC에서도 다양한 양자회담이 진행됐다. 강 장관은 쑨 수쉬옌 중국 자연자원부 차관과 면담에서 한·중 해양과학협력센터의 60주년을 맞아 해양과학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다음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중국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며 양국 간의 해양 협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리디아 불까옹 포르투갈 경제부 해양 담당 차관과 면담을 통해 한국이 칠레와 공동으로 유치하려는 제4차 UN해양총회(UNOC)를 설명하고 한국을 차기 개최지로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르투갈은 2022년 제2차 UNOC를 개최했다.

강 장관은 아네트 기븐스 캐나다 수산해양부 차관과는 북극 협력 및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근절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에밀리아 아서 가나 수산양식부 장관 등 회담에서는 지난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이어 양국의 수산협력을 논의했다.

◆해양기후변화 대응, 트럼프도 흔들 수 없어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제사회가 진행 중인 탈탄소화 흐름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 지속가능한 해양을 위한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대두됐다.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부산 벡스코 OOC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탈탄소 흐름이 느려질 수는 있지만 세계는 이미 에너지 전환을 선택했다”며 세계적 탈탄소 흐름과 해운에서 진행 중인 친환경연료 전환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11일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의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합의를 거부한 바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Mid-Term Measure)를 승인하고 2027년부터 국제 항해를 하는 5000톤 이상 선박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선박들은 선박 연료유의 온실가스 집약도에 적용되는 강화된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선박이 운항하려면 국제해사기구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내야 한다.

이번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 가격 책정 시스템을 처음 마련했다. 기준을 초과하는 선박은 초과 배출량 1톤당 100~38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벌과금 수입은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로 추정되며 국제해사기구의 넷제로(탄소중립) 기금에 투입돼 친환경 해운으로 전환에 필요한 연료 및 기술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미국은 런던회의에 불참하면서 보복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 이어 두 번째 임기에도 파리협정 탈퇴, 환경 규제 철폐, 석유 및 석탄 산업 부흥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케리 전 장관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GM, 벤츠 등 자동차 업체가 석유차를 더 많이 생산하거나 전 세계가 석유의존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친환경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케리 전 장관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당시 전체 전기 중 재생에너지로 생성되는 비중은 75%이었으나 현재는 90%까지 증가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기한 안에 저탄소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IPCC는 2040년까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경우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엔도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과 별개로 국제사회의 탈탄소 흐름과 해양에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전 장관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톰슨 유엔 해양특사는 “유엔 194개 회원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 규범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며 “지구 온난화는 인류전체의 위기로, 국제 사회가 하나가 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OOC 행동공감 이어 APEC 회원국 합의한 의장성명 30개항 도출 = 제10차 OOC에서 논의된 △해양보호구역 △지속가능한 어업 △해양오염 △기후변화 △해양안보 △해양경제 등 6개 기본의제와 특별의제로 논의한 ‘해양디지털’은 제5차 APEC해양관계장관회의에서 다룬 3개 의제에서 연이어 논의됐고 21개 회원국의 공감을 바탕으로 의장성명에 포함됐다.

강도형 장관은 “OOC에서 다룬 주제는 크게 7가지로 정리했는데 그것은 APEC 해양관계장관회의에서 해양회복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자고 한 우리의 제안과 의장성명 30개에 대부분 포함됐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1박 2일간 열린 해양관계장관회의를 준비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해양 회복력 증진과 해양환경 보전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 근절과 지속가능한 어업 및 양식업 △해양 수산 분야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모두의 역량 강화와 참여 증진 등 세 가지 의제를 제안하고 OOC에서 다룬 내용을 포함했다.

회원국들은 ‘우리의 푸른 미래를 항해하다 - 연결, 혁신 그리고 번영’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회의에서 합의한 결과를 30개 항목의 의장성명으로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당초 합의사항을 공동성명으로 채택하기로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 둘러싼 일부 회원국의 이견으로 의장성명으로 대신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갈등을 극복하고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을 이끌었고 회원국들에 ‘APEC 해양 회복력 증진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해 합의를 도출했다.

회원국들은 또 최근 채택된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국가관할권을 벗어난 공해의 지속가능이용에 대한 협약’(BBNJ)과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보조금협정의 이행에 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해양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문제에도 협력을강화하기로 했다.

에두아르도 페르난도 APEC 사무국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역내 경제에서 해양과 어업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해주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한국은 미래 어업과 해양에 대해 폭넓게 전략적으로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방향을 설정해 줬고, 이는 향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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