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재정지원에도 중국 소비가 부진한 이유
중국의 노동절 연휴는 5월 초 닷새간 이어진다. 올해 연휴 최대이슈는 자동차 가전 등 각종 할인행사였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주는 등 내수진작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수출과 투자부진을 소비로 만회하려는 조치였다. 소비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장기국채만 지난해 1500억위안과 올해 3000억위안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소비증가 속도는 미미하다. 1분기 소매판매액은 1조17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매판매는 소비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6조8500억달러 규모다. 미국 20조2600억달러의 1/3 수준이다. 미국의 절반 수준인 상품소비와 달리 서비스 소비(2조1500억달러)는 미국(13조9100억달러)의 1/6 정도에 불과하다. 1인당 소비액으로 따지면 양국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중국의 소비부진은 그동안 가계소득을 늘려주기보다 기업생산과 부동산 부분을 편중 육성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재정 투자의 사용처는 국유기업에 대한 감세와 비용경감과 부동산 개발을 위한 특별 대부금 이자용이었다.
코로나19 직후 가계소비를 늘리는 데 주력한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2020년 3월 캐어스(CARES)법을 제정해 2조4000억달러를 가계에 직접 지원하면서 처분가능소득을 2월 1조4000억달러에서 4월 1조6000억달러로 늘릴 수 있었다.
경제 불확실성 크게 봐 예금은 3년째 증가세
중국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GDP의 43% 규모에 불과하다. 미국의 73%나 글로벌 평균치 60%보다 낮다. 중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40%로 미국의 70%와 큰 차이가 난다. 인구 대국인데도 유효수요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년째 이어진 부동산 침체로 가계자산도 마이너스다. 지난해 중국 가계대출 증가액은 3894억위안이다. 1년 전보다 86%나 줄었다. 대출을 조기에 상환하는 가계도 늘었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상환액만 1조2000억위안에 달할 정도다.
대신 예금은 3년째 증가세다. 1분기 늘어난 은행 예금만 9조2200억위안 규모다. 1년 전의 8조5600억위안보다 7.7% 늘어났다. 모든 사람이 하루 6500위안씩 예치한 셈이다. 예금 총액은 161조위안에 달한다. 이 중 78%는 정기예금이다. 대출을 줄이고 예금을 늘리는 것은 향후 경제 불확실성을 크게 본다는 의미다.
중국 가계부채는 연간 소득의 144.8% 수준이다. 그나마 전체 저축의 77%는 상위 2% 고소득층 몫이다. 98%의 보통가계의 소득대비 채무 비중은 평균치 이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플레이션도 가계부채의 조기 상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중국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는 6개월째 하락 중이다. 주요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 하락 추세를 보면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디플레이션 양상을 빼닮았다.
통화정책 실패도 한몫 거들고 있다.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는 3.6%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금리를 1%p 내리면 대출이 0.3%p 늘어난다는 정책효과도 통하지 않은 지 오래다. 가계 지출도 감소세다.
특히 서비스 소비의 경우 여전히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과거 10년간 중국 가계의 신규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모건스탠리 자료를 보면 중국 가계기업 지방정부 등 전체 채무는 GDP의 282% 규모다. 글로벌 평균 채무 비중 256%나 미국의 257%보다 높다. 채무 증가율로 따지면 일본보다도 높다.
소비자 구조 바뀌었는데 부양책은 그대로
그래도 중국의 소비부양정책은 옛 방식 그대로다. 이른바 가전제품과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게 전부다. 일부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데다 서비스업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못 받는 구조다. 정책 집행방식도 마찬가지다. 일부 지방정부는 참여기업에 보조금 선지급 능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복잡한 신청절차나 심사 등을 통과하기 어려운 규제를 가하기도 한다. 기업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불공정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상무 관련 부서는 단기간에 보조금 대상 제품을 정하고 기업 플랫폼과 인력 훈련을 시켜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100억위안 이하다. 일자리와 시장의 주체인 중소기업의 참여 미비로 보조금을 주는 정책효과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비자 혜택도 미미하다. 저소득층은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을 살 형편이 못되고 중산층도 서비스 소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선택권을 소비자와 시장에 돌려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