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프리카 전략자원을 노리는 열강들의 경쟁

2025-05-09 13:00:04 게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외교전략 중 하나인 ‘핵심광물’ 확보 정책은 아프리카에서도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희토류 같은 전략자원 확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미중 패권경쟁의 주요 요소인 만큼 아프리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광물협정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자원보유국이자 두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은 정부 군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30년째 내란이 진행 중이다. 1880년대 초부터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은 민주콩고는 1960년 독립 때까지 인구의 절반인 1000만명이 무자비한 착취와 학살로 도륙당한 역사가 있다. 독립 이후에도 쿠데타와 장기독재 속에 대량학살과 내전을 거듭해 엄청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빈국으로 고통받고 있다.

민주콩고 내전은 독재정권과 반군 간 충돌뿐 아니라 인종 갈등, 자원을 둘러싼 주변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540만명의 희생자를 낸 참혹한 전쟁이다. 지금은 천연자원 매장량이 많은 동부지역에서 100여개 반군집단들의 세력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민주콩고 내전은 천연자원의 저주

냉전시대 때부터 서구열강들은 민주콩고에 눈독을 들여왔다. 풍부한 광물자원과 대륙 중앙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이점 때문에 서방국가들마다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많은 원조기금을 쏟아부었고 이후에는 동부지역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간다 부룬디 르완다가 반란군을 도와 민주콩고 동부지역 내전에 휘말려 있다.

특히 르완다는 민족문제로 민주콩고와 대립관계에 있는 데다 민주콩고 동부지역 안정이 자국에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투치족 반군인 M23을 지원해 내란을 부추기고 있다. M23을 위시한 반군무장단체들은 주민들의 삶을 처절하게 짓밟으며 동부 최대 도시인 고마와 부카도를 점령했다.

민주콩고 동부지역은 코발트 콜탄 구리 리튬 등 전략광물이 풍부하고 금과 다이아몬드 매장량도 엄청나다. 민주콩고는 이 천연자원으로 인해 온갖 세력들의 충돌과 착취가 난무하는 무자비한 쟁탈전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아프리카연맹(AU)이 거듭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각자 자원을 무기화하기 위한 야비하고도 잔인한 전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유엔은 국제 IT 기업에 반군이 갈취한 콜탄 등 광물자원을 구입하지 못 하도록 제재하고 있지만 불법유통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실제로 르완다에는 콜탄 광산이 전혀 없음에도 르완다 군은 콜탄을 팔아 최근 18개월간 2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민주콩고정부는 반란군이 점령한 지역을 통제하지 못해 광물자원을 그대로 뺏기는 데다 자원 자체가 반란군 활동의 재정을 돕는 데 사용되고 있어 천연자원의 저주로 여겨진다.

민주콩고는 전세계 코발트 수출 1위국이다. 특히 황산코발트는 배터리 주원료로 사용되는데 전세계 코발트의 80%를 공급하는 민주콩고 광산들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 외에 방산 핵심원료로서 항공기 미사일 군함 전차 등에 필수 원료인 만큼 우리나라 방산, IT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국은 민주콩고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광물협정을 추진 중이다. 민주콩고 치세케디 대통령의 안보 대 자원 맞교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리카 담당 선임고문이자 사돈인 마사드 불로스가 민주콩고를 방문해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민주콩고 동부지역 반군을 소탕하고 내전 위기를 극복할 군사력 지원의 대가로 광산개발권을 미국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다.

불로스 고문은 이어 르완다 케냐 우간다 등 민주콩고 접경국가들을 방문해 민주콩고의 지속 가능한 평화 노력이 진전을 보이면 지역 내 미국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떡밥을 던져놓았다.

국가안보와 맞바꾼 궁여지책 자원외교

유럽 국가들은 민주콩고 광물협정이 파트너십을 가장한 미국의 아프리카 자원 장악이라고 우려하면서 부패한 중앙정부와 미국의 결탁이 과연 복잡하게 얽힌 이 지역 혼란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늘 유럽의 텃밭으로 여기던 아프리카를 미국이 좌지우지하는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약소국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서구열강들의 신제국주의 패권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유복렬 전 카메룬대사 프랑스 캉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