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물품조달 입찰담합 무더기 기소

2025-05-09 13:00:04 게재

업체 대표 등 9명과 법인 1곳 재판행

입찰시행 미국법인·한국인 직원도 기소

주한미군 시설관리와 물품조달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와 대표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나라 검찰과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형사집행 양해각서(MOU)에 따라 양국에서 수사를 병행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주한미군 시설관리 및 물품조달 하도급용역 입찰에서 업체 11곳이 229회에 걸쳐 255억원 규모의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하고 업체 대표 등 9명과 법인 1곳을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입찰을 시행한 미국 법인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도 밝혀내 해당 법인은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한국사무소 책임자 등 직원 3명은 공정거래법위반 및 입찰방해죄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A업체 회장 김 모씨와 대표 조 모씨는 B업체 대표 신 모씨, 이사 권 모씨 등과 공모해 2019년 1월~2021년 3월 미국 육군공병대가 발주한 주한미군 병원시설 관리 하도급용역 총 134건, 약 80억원 규모의 입찰에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은 B업체를 낙찰예정자로 정해놓고 A업체 등이 들러리 견적서를 투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업체는 또 B업체 등 11곳과 공모해 2019년 1월~2023년 11월 미국 국방조달본부가 발주한 주한미군 물품조달 하도급 용역 입찰에서도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합의하는 방법으로 담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담합 규모는 총 95건 약 175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입찰절차를 시행한 미국 법인과 해당법인 한국사무소 직원 3명이 가담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들은 하도급업체들과 공모해 2019년 2월~2021년 3월 미국 국방조달본부가 발주한 물품 조달계약 입찰절차를 진행하면서 총 13건에 대해 A업체가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A업체와 들러리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법인 한국사무소 책임자 김 모씨(미국국적)는 2022년 4~12월 물품 조달계약 4건의 입찰을 진행하면서 A업체가 낙찰받거나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견적 금액을 조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11월 체결된 ‘카르텔 형사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라 미국 법무부의 수사 검토 요청과 자료 이첩으로 검찰이 직접 국내 수사를 개시한 최초 사건이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2022년 3월 B업체 신씨와 권씨등 2명을, 지난해 3월에는 A업체와 대표 김씨를 셔먼법(반독점법)상 거래방해공모죄 등으로 기소해 현재 미국 텍사스서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B업체는 같은 혐의로 이미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달러와 형사손해배상 360만달러를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는 두 업체와 관련자들을 기소한 후 자료를 대검에 이첩했고 검찰은 미국 수사팀과 이메일, 화상회의 등을 통해 수사상황을 긴밀히 공유하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번 범행은 주한미군 시설 관리 및 물품조달을 위한 하도급 용역 입찰에서 한미 양국 업체들이 담합해 주한미군 지원자금을 부정하게 취득한 것으로 안보 및 국익과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전국 각지의 미군기지에서 수년간 반복된 입찰담합 사건 전모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도 한미 수사 공조 체계를 견고히 유지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초국경적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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