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 수사 탄력
공수처, 대통령실 압수수색
‘VIP격노설’ 관련 자료 확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실 자료를 확보해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압수수색해 일부 자료를 확보했다.
공수처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상 압수수색이 대상기관 협조 하에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압수수색은 공수처가 대통령실에 영장을 제시하고 협의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수처는 지난 7일에도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진입을 불허하면서 6시간 만에 영장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압수 대상에는 이른바 ‘VIP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전후 대통령실 회의 자료와 출입기록, ‘02-800-7070’ 가입자 명의와 서버기록 등이 포함됐는데 공수처는 일부 주요 자료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에도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한남동 관저와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막아서면서 불발됐었다.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에서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나 수색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공수처는 지난 2023년 7월 폭우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방부 관계자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2023년 7월 30일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이튿날 번복했는데 대통령실 회의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을 질책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실제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하기 직전인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이번 압수수색에서 대통령실 관련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이른바 ‘VIP격노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