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희망 메시지
17세 첫째, 여섯 동생 키워낸 헌신적 사랑 이야기
이달 21일 ‘부부의 날’ 모범부부 대상 수상 … "성인으로 잘 키워 주신 형부와 언니에게 존경과 감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최근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감상한 많은 이들은 눈물의 바다를 경험했다고 한다. 부모에 대한 감사함과 부부 간의 따스한 봄날의 나눔 등 가정의 정에 흠뻑 젖어들기 충분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21세기 들어 우리사회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가족 구성원 간 소통과 나눔이 줄고 1인 가구 증가, 가족 구성원 간 멀어짐 등으로 공동체적 가족관계에서 느꼈던 소중한 정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태와 관련이 있다. 이런 가운데 가족의 힘과 헌신, 그리고 따뜻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진행된다. 세계부부의날위원회는 오는 21일 ‘부부의 날’ 행사에서 모범부부 대상자들을 선정하고 시상식을 진행한다. 그리고 창원한마음병원은 경남지역 아동 5500여명에게 희망의 선물을 전달한다. 가정의 달 희망 메시지를 공유한다.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17세부터 여섯 동생들을 키워 이제는 독립시킨 부부가 있다. 각박한 요즘 세태에 가족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따뜻한 소식이다.
13일 창원한마음병원에 따르면 세계부부의날위원회는 올해 5월 21일 ‘부부의 날’ 모범부부 대상자에 우정민(55세) 박원제(56세) 부부 등 20쌍을 선정했다.
우씨는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박씨와 평생 함께하기로 결혼하고 여섯 동생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이젠 성인으로 모두 독립시켰다. 이 소식이 경남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화목한 가정을 꾸려 온 우씨 부모님은 1987년 진주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7남매의 첫째였던 우씨는 불과 열일곱살이었다. 막내는 세 살이었다. 고등학생 3학년이었던 우 씨는 대학 입학을 포기했다. 이듬해 경남 김해지역 공장에 취업했다. 여성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박씨와 그 직장에 만났다.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 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도 커져 갔다. 우씨는 부모님을 대신해 여섯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기로 약속하고 25세 무렵 평생 함께 하기로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여섯 동생이 성인이 되고 독립할 때까지 책임지고 키웠다. 지금 다섯 동생이 결혼했고 한명도 다른 지역에서 독립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섯 동생의 성장과 성인으로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우 씨의 책임감과 박씨의 사랑과 배려 덕분이었다.

막내 동생인 우정실씨는 “언니와 형부는 내겐 부모님과 다름없는 분이다. 동생들을 향한 희생과 사랑에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 당시 세 살이었던 우정실씨는 언니부부와 함께 살며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학창시절 장학금을 준 창원한마음병원에 2006년부터 일하게 됐다. 재작년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우정실씨는 지금도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조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소풍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정실씨는 “형부는 저를 초등학생 1학년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딸같이 생각하시고 제가 결혼한 후에도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항상 편들어 주신다. 언니도 마찬가지다”며 “어버이날, 생일날, 명절엔 부모님처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실씨가 언니부부를 부모 같은 존재로 여기는 일화가 있다. 2017년 창원한마음병원에 입사한 지 10년이 넘었던 우정실씨는 병원 장기근속자의 부모님에게 해외 여행을 보내 드리는 복지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부모님만 대상자이기에 언니부부에겐 해당되지 않은 제도였다. 고심 끝에 우정실씨는 병원 관계자를 찾아갔다. “부모님을 대신해 언니 형부가 저를 키웠다. 부모님과 같은 존재인데, 해외여행 기회를 언니형부에게 꼭 주고 싶다”고 부탁했다.
병원 측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로써 언니·형부 부부는 3박5일 동안 태국 여행을 다녀 올 수 있었다.
한편 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경남 창원시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가 시작하고 국민 청원을 통해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되자”라는 의미로 날이 정해졌다고 한다.
위원회는 우씨 부부와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종목에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김황태·김진희 부부 등 20쌍에 부부상을 수여한다. 부부의 날 기념식은 이달 21일 그랜드머큐어 앰버서더 창원호텔에서 열린다.
하충식 세계부부의날 위원회 총재는 “부부의 날을 통해 가족의 힘과 헌신, 따뜻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범 부부상 수상에 대해 우씨 부부는 “사랑을 선택하고 그 책임도 함께 하는 것이 부부”라며 “여섯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며 키워 낸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