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 후반전을 준비하자

2025-05-13 13:00:08 게재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자동차 산업 대전환의 ‘전반전’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자율주행과 AI 기술을 지향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 변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며 본격적인 ‘후반전’이 전개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 업계의 경쟁과 노력은 현재진행형으로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의 성장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의 미국 국제 자동차 기술자 협회(SAE World Congress Experience) 행사와 중국 상하이 모터쇼를 연이어 참관한 바 미중기술 경쟁 속에서 중국이 자동차 부문에 산업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거 자동차 산업의 부흥기와 비교해 규모가 축소된 미국 디트로이트 행사와 달리 중국 상하이 모터쇼는 26개국에서 1000여개 기업이 모여들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 변화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아우르고 있었다. 전반전인 친환경화를 먼저 살펴보자면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가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 솔루션을 선보였고, CATL은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지리그룹을 비롯한 다수 기업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신모델을 공개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 역량 놀라워

행사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인공지능 기술 자율주행 등 후반전에서 도약을 시도하는 중국 업계의 기술역량이었다.

BYD, Zeekr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자율주행 LV.2와 LV2+ 기술의 양산차 적용을 당연시하는 가운데 Pony.ai와 같은 스타트업이 특정 도로 조건에서 모든 제어가 가능하고, 운전자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도 운전자동화 시스템 Lv4 수준의 로보택시를 선보였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도 자극을 주고 있었다. 독일의 벤츠, 폭스바겐은 중국의 차량 S/W 및 부품들을 사용한 현지 특화 모델을 공개했고 도요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웨이의 OS를 차용하는 등 기술부터 중국 업계와 협력한다는 자세였다.

이제 글로벌 주요 기업은 중국에서 무엇을 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에 대응해 이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도약시킬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할 시점이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내수 시장이나 낮은 제조업 비용 구조를 우리가 갖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온 자동차 산업의 저력과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과 기업의 역동성이 더해진다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때마침 시행 중인 미래차 부품산업 특별법에 의거한 정부의 투자 의지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기술 플랫폼인 플레오스 등 SDV 전환을 향한 업계의 노력은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SDV 시대의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필자가 몸담은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차량 H/W S/W 데이터·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 SDV에 걸맞은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술의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술 고도화 통해 선도국으로 나아가야

이러한 연구원과 정부·업계의 도전과 노력이 한데 모여 임박한 산업 변화의 후반전에서 한국이 선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해 본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