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탈 쓴 부채’ 논란 확대

2025-05-13 13:00:18 게재

롯데손보 결국 콜옵션 보류

실질적 자본확충 노력 필요

롯데손해보험이 결국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보류한 가운데 ‘자본의 탈을 쓴 부채’로 평가받는 자본성증권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자본성증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가 심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론 기업의 ‘빚’이지만 장부상으론 ‘자본’인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조건부증권(코코본드)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본지 4월 25일자 1면, 10면 참조>

시장전문가들은 자구노력 없이 쉽게 자본을 늘리려는 금융사들과 기업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본성증권의 발행 제도 및 콜옵션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최근 금융사들이 자본성증권의 발행을 늘리면서 자본의 질적 구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과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성증권은 금융회사 자본규제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발행조건에 자본규제상 요구되는 자본적 특성(후순위성, 만기의 영구성, 이자지급의 임의성, 조건부자본 요건 등)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일반 자본성증권인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과 조건부자본증권인 코코 후순위, 코코 신종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자본성증권의 발행구조에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영구채 발행 회사가 중도상환일에 콜옵션 행사하는 것을 거의 불문율처럼 여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후순위채권의 경우 통상 10년 만기에 5년 콜옵션 조건으로 발행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영구 또는 연장 가능한 30년 만기에 5년 콜옵션 조건으로 발행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관행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첫번째 기일인 발행 5년 후 시점을 만기로 여긴다. 때문에 중도상환이 무산될 때 시장의 후폭풍은 거세고 많은 혼란이 발생한다.

2022년엔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포기하고 새로운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다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2023년엔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의 23조원 규모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가 전액 상각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최근엔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강행하려다 계획을 보류했다. 공모채권으로 발행한 첫 사례로 투자자들과 여타 보험사 등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경우 차환 발행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거시적인 조달환경이 저하되거나 금융사의 경영이 문제될 경우 차환리스크는 바로 점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 관리에 있어 자본성증권 발행보다는 보통주 자본 위주의 자본 확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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