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산업 지원’ ‘규제완화·감세’→‘성장 중심 낙수효과’ 논란

2025-05-14 13:00:01 게재

이재명 ‘성장해야 분배’ … 김문수 ‘낙수효과’ 기대

“감세→성장→세수 확대, 이젠 작동하지 않아” 지적

“국민 감세 반대 … 구체적 지출·세입안 없으면 공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산업 지원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규제 완화와 감세를 국정운영의 핵심전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두 거대양당 후보가 집권 5년간 ‘성장’을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은 두루뭉술하게 제시했다. 이 후보는 ‘추가경정예산’ 등 대규모 재정 투입안을 내놨다. ‘성장을 해야 분배도 할 수 있고 세수도 증가하게 된다’는 민주당의 기존 주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대규모 지원에 의한 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두 후보 모두 전략산업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을 유도하면 그 결실로 세수가 늘고 분배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구공약 구호 외치는 경실련 13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약화 중간평가(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서 임효창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요구 공약을 구호로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14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에서 성장이 안 되니 세수가 부족해지고 재정이 부족하면 분배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일단 성장을 해야 분배도 할 수 있는 만큼 우선 성장에 초점을 맞춰 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제 1 공약으로 ‘경제 강국’을 제시했다. 정부 주도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투자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국민 기업 정부 연기금 등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국민펀드도 조성된다. 또 “AI 예산 비중을 늘려 AI 3강에 들어가고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국가 지원을 늘려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 5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안정적 R&D 예산 확대와 벤처투자시장 육성으로 글로벌 4대 벤처강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는 “자유경제혁신 기본법을 만들어 신기술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미래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또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으로 AI유니콘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산업용 전기료를 낮추고 주 52시간제 근로시간을 개선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핵심적인 사회경제 구조개혁 과제가 대부분 공약에서 배제되었으며, 과거보다 한층 더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노선이 전환되고 있다”며 “개발, 규제 완화, 대기업 중심의 산업육성에 치중한 정책이 늘어나며, 과거 후보가 제시했던 ‘기본주택’등 공공성 강화 방향에서 상당히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성장전략을 앞세운 거대양당 후보들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재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2025년 추경과 2026년 예산수립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 재정 지출구조조정분과 총수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집권 직후 대규모 추경을 통해 재정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재정을 투입해 성장시키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 악화된 재정건전성이 회복된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는 ‘기존 재원 활용’, ‘국비 활용’, ‘민간, 글로벌기업 투자 유치’, ‘국비와 지방비 활용’ 등을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세제개편과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세수를 증대하겠다”고 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한국공학대 교수)은 “성장 공약을 위한 재원이 얼마나 드는지, 그 재원 투입이 어떻게 어느 정도의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지를 밝히지 않은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면서 “현재 거대정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더 이상의 감세는 안 된다’ 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수효과의 이데올로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 감세로 성장해 세수를 확대한다는 주장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민생을 악화시키는 ‘역 낙수’가 벌어진다. 다음 정부는 불로소득 환수와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는 동반성장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참여연대가 리서치뷰와 함께 매월 실시하는 국민 세금인식조사에서는 일관되게 감세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30~5월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감세 공약에 대한 반대가 48.6%로 찬성(38.3%)의견을 앞섰고 차기 정부의 감세 기조 지속에 대해서도 반대의견(49.3%)이 찬성(39.0%)보다 10%p 이상 많았다. 차기정부에서 감세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51.6%로 과반이 동의했다(반대 34.5%).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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