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활 균형, 근무혁신·인재확보 기업 경쟁력 강화로

2025-05-16 13:00:53 게재

시차출퇴근제 재택·원격근무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가족친화제도 등 다양 … 근무만족도 향상, 생산성도 증가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5명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디지털·정보사회 가속화에 따른 생산성, 일·생활 균형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일에 대한 가치관도 일·생활 균형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일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유연근무와 일·육아 병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2019년부터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근무혁신 우수기업’ 선정을 지난해부터 관련부처와 경제단체 합동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선정으로 확대·개편하고 선정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했다. 선정기업수도 100개에서 200여개로 늘리고 혜택도 다양화했다. 기업에 일·생활 균형 문화를 확산하기 위함이다. 고용노동부는 3월 ‘2024년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을 출간했다. 사례집은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203개의 기업이 운영 중인 유연근무 활용, 임신 및 육아 근로자 지원, 휴가제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례집은 일·생활균형, 고용부 및 노사발전재단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재단은 “단순히 고득점순으로 선정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적으로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불리하지 않도록 규모와 산업·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균형있게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매년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을 적극 지원하는 우수기업을 선정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저출생 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워라밸 문화 확산을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폴라리스오피스, 직원 95% 유연근무제 사용

#. “워라밸(일·생활 균형) 향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재 확보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다. 일·생활 균형 제도 도입과 근무방식의 혁신이 업무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와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준경 폴라리스오피스 대표이사가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도입한 유연근무제 가족친화제도를 시행한 소감이다.

폴라리스오피스 ‘자녀 초등학교 입학 축하선물’에는 지준경 대표이사가 전하는 편지는 물론 문화상품권 보조가방 텀블러 필기구 등 물품 하나하나에 진심이 담겨 있다. 사진 노사발전재단 제공

폴라리스오피스는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과 자문, 공급하는 근로자수 164명의 중소기업이다. 1997년 설립 이후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거듭해왔다.

전체 인력 중 개발자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폴라리스오피스는 10년 이상 근속자가 37%, 5년 이상이 48%일 정도로 ‘오래 다니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는 다양한 유연근무제도와 관련이 있다. 일·생활 균형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과의 시간’이 중요하다. 특히 일·육아 병행을 위해 2011년부터 미취학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출근시간을 오전 8시~10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했다.

2020년 코로나19 때는 시차출퇴근제를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근무제’로 확대됐다. 재택근무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혼합한 제도로 관리자 재량으로 재택근무는 주 2회까지 가능하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코어타임만 지키면 소정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폴라리스오피스의 가족친화제도는 섬세하고 따뜻하다. 임신부 튼살 크림부터 입덧방지 캔디, 사내 무료주차권, 전자파 방지 담요 등 ‘임신 축하선물’과 신생아 우주복, 내의 등 ‘출산선물’은 가족이나 친구가 주는 선물처럼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자녀 초등학교 입학 축하선물’ 역시 지준경 대표이사가 전하는 편지는 물론 문화상품권 보조가방 텀블러 필기구 등 물품 하나하나에 진심이 담겨 있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 및 복직률이 100%에 달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제도에 대한 고민은 ‘패밀리데이’ 도입으로 이어졌다. 1년 2회, 연차휴가 외에 부여하는 유급휴가제도다. 자녀 입학식·졸업식, 부모 생신, 가족여행 등 가족 관련 신청사유를 20자 이상 작성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 2020년 시행 이후 90% 넘는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 행복을 찾고 만족스러운 업무성과를 얻으려면 불필요한 업무시간을 줄여야 한다. 다양한 업무 툴을 활용해 서면보고를 줄이고 비대면 보고를 권장하는 등 효율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사내망에 개인별 월 소정근로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설치해 스스로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초과근무를 지양하는 근태체계도 확립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 전인 2019년 일평근로시간은 8시간 40분에서 2023년에는 8시간 6분까지 줄었다.

폴라리스오피스는 정기적으로 근로자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임직원 95% 이상이 ‘현재 유연근무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신규채용 설문조사에서도 지원자들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를 많이 꼽았다.

조은빈 피플팀 매니저는 “전직원 95%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고 고향인 경상도에서 100% 재택근무하는 직원도 있다. 비대면 근무환경에서 일한 지 4년 정도 됐지만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모든 회의실에 화상장비를 설치하거나 협업 툴 사용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교, 가족친화·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대교(대표 강호준)는 학습지 출판·제조 및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교육서비스 기업으로 근로자 2400명의 중견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학습법을 창안했다.

2024년 대교에서 제작한 연차사용문화 촉진영상을 시청하는 모습. 사진 노사발전재단 제공

임직원의 워라밸을 위해 유연근무제, PC오프제, 하계 유급휴가를 운영하고 출산축하금·용품 및 자녀교육비, 사내 동아리와 소통채널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유연근무 활용률은 81%에 이른다.

구성원의 일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가족친화우수기업,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교육서비스업계 최초 소비자중심경영 명예의 전당 등도 수상했다.

■ 이스트소프트, 4년 연속 육아휴직 복직률 100%

‘알약’ ‘알툴즈’로 알려진 이스트소프트(대표 정상원)는 축적된 서비스 노하우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SW)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이스트소프트 사내행사인 인공지능(AI) 영화제 타운홀 미팅. 사진 노사발전재단 제공

종사자 208명의 근무방식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택근무제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2023년 유연근무 활용률은 85.4%다. 연차 자가승인제도, 반반차 및 징검다리 휴일 단체 연차휴가, 리프레시 휴가, 워케이션제도 등으로 휴가사용을 권장해 2023년 연차휴가 사용률 89%에 달한다.

출산·육아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며 단축근무, 출산선물, 산후 근속장려금, 육아수당 지원 등을 통해 4년 연속 육아휴직자 복직률 100%를 달성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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