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성과 AI, 디지털농업의 핵심
위성 기술은 광범위한 지역의 농경지를 효율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로서 농업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위성 기반 농업 모니터링이 본격화한 것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테라 및 아쿠아 위성에 탑재된 모디스(MODIS) 센서를 활용해 정규화식생지수와 엽면적지수 등 다양한 식생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부터다. 작물생육 평가, 재배현황 파악, 생산량 예측 등에 위성정보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모디스의 후속 센서인 가시적외선이미지센서(VIIRS)로 개선된 500m급 해상도의 식생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15년 유럽우주국의 센티넬-2 위성이 10m 고해상도와 5일 재방문 주기로 더 정밀한 작물 생육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많고 소규모 농지에 다양한 작물이 혼재된 환경에서는 기존 위성들의 시공간적 해상도가 충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과 함께 농업 특화형 차세대중형위성 4호기인 ‘농림위성’을 개발 중이다. 이 위성은 한국 농업 환경에 최적화된 관측 시스템으로, 5m 고해상도 광역전자광학카메라로 120km 폭의 넓은 범위를 매일 관측하며, 3일 만에 한반도 면적의 86.3%를 촬영할 수 있다.
농업 현장 디지털화의 전환점
이는 우리나라의 소규모 필지와 복잡한 지형에 적합한 해상도와 관측 주기로 농업 현장의 디지털화에 전환점이 될 것이다.
농림위성이 수집하는 고해상도 데이터는 대한민국 농업의 귀중한 디지털 자산으로, 랜덤 포레스트, 심층 신경망, 트랜스포머 등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방법들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숨은 규칙성을 찾아내고 이를 학습하여 표현한다는 공통된 장점이 있다. 이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다양한 형태의 농업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할 때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위성과 인공지능을 농업 정책에 활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공동농업정책 지원 프로젝트(SEN4CAP, Sentinels for Common Agricultural Policy)는 센티넬-1,2 위성 데이터로 농업 정책의 효율적 운영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위성영상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물 분류와 경작 활동을 모니터링하며, 직불금 농지 확인이나 휴경지 관리 같은 정책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위성센터를 중심으로 위성영상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작물 분류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는 농업 정책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큰 장점은 서로 다른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위성영상과 농업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분석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기존 위성 기반의 방대한 데이터와 미래 농림위성의 고해상도 데이터, 그리고 현장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가 인공지능이라는 바람을 만나면서 대한민국 농업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우리 농업에 새로운 지평 열려
인공지능은 대한민국 농업의 특성을 학습해 농업 정책을 위한 의사결정에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를, 농업 현장에는 생산성 향상의 열쇠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 디지털 농업을 혁신이라는 새로운 문으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