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 돼도 빚더미 안고 출발
가계대출, 1분기 2000조원 육박
기업·정부까지 합쳐 6200조원
‘자영업자 빚 탕감’ 등 공약 무성
다음달 4일 출발하는 새 정부는 막대한 빚더미를 안고 출발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 모두 과도한 빚으로 허덕이면서 새 정부의 과제가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도 앞다퉈 채무조정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높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1925조9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나 역대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과 보험사 등 모든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을 포함한 것으로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1133조5000억원)이 전분기 대비 9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채무성 부채까지 더하면 가계부채 총액은 2300조원에 근접한다.
가계 빚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올 2월과 3월 늘어난 주택 거래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미쳤다”며 “5~6월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부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4월 은행권이 기업에 내준 대출만 1338조7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4조4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권 대출 이외에 기업이 갚아야 할 모든 부채의 총액이 2023년 말 기준 27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전망에 따르면 국가부채도 올해 안으로 1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국회가 지난 1일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더 큰 규모의 2차 추경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3월 한국의 기업과 가계, 정부가 안고 있는 부채 총액이 지난해 3분기 기준 6200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1%(약 250조원), 전분기보다 0.9%(약 55조원) 늘어난 규모다.
부채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대선 후보들도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특히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대선 후보 1차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 융자 △경영안전자금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부채 탕감까지 언급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소상공인의 생환을 위해서는 국가부채가 일정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자금은 상당 부분 탕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채탕감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2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전면적인 부채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성실히 원리금을 상환한 이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인기 영합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선별 지원하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