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선후보들 채무조정 공약에 긴장

2025-05-21 13:00:36 게재

소상공인 탕감 등 주장에 차기 정부서 압력 우려

“상환 유예와는 차원이 달라, 주주들 눈치봐야”

한은 “1분기 가계빚 1929조원 … 주담대 9.7조↑”

은행권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소상공인 채무조정 공약 등이 향후 은행권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일부 은행에서는 윤석열정부에서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당국의 개입이 더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회에서 나온 각 당 후보들의 공약에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후보들이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은 없는 것 같아 직접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일부 대출에 대해 탕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걱정이 조금 앞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정책자금 상당 부분은 탕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탕감’까지는 아니어도 자영업자 등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은 주요 10대 공약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가장 앞세워 내놓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2%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대출은 사정이 더 어렵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률은 13.7%로 역대 치고치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은행장은 “자영업자 대출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원리금의 상환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것과 대출이 없었던 것으로 하는 탕감은 차원이 다르다”며 “새정부 출범이후 대출금리 추가 압박 등도 예상되는 데, 당국과 잘 협조하겠지만 주주들 눈치도 봐야하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정부 출범이후 소상공인 등에 대한 채무조정 방안을 놓고 논의가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이자 보전 등을 통해 집행한 코로나19 확산 때 나간 정책대출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져 정부의 채무조정 방안에 따라 해당 은행의 재무건선성 등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925.9조원)보다 2조8000억원 증가했고,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공표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다만 1분기 증가 폭(2.8조원)은 전분기(11.6조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1810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1805.5조원)보다 4조7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1133.5조원)이 9조7000억원 증가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부채 비율과 관련 “분모인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분자인 1분기 가계신용이 전분기 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미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기조는 가계대출이나 부동산의 불안 요인인 만큼 한은과 금융 당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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