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시장 발작 …‘셀 아메리카’ 공포 확산
트럼프 대규모 감세안에 재정적자 우려
20년물 입찰 수요부진에 장기국채 투매
10년물 금리 4.6% … 30년물 5% 돌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6%를 상회하고 30년물은 5%를 돌파하는 등 미 국채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트럼프행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과 이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20년물 국채입찰 수요가 부진하면서 장기국채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달러화도 떨어지고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동반 급락했다. 미 증시 채권 달러화 등이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셀 아메리카’(미국을 팔아라) 공포가 금융시장에 다시 확산하고 있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5.09%로 전일 대비 12bp(1bp=0.01%p) 급등(국채가격 급락)했다. 30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5.1% 선에 육박하며 지난 2023년 11월 초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년물은 5.12%로 13bp 급등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60%로 전일 대비 11bp 급등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법안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 강경파를 압박하고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운 게 미 국채 매도 압력을 키웠다. 이는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3조~5조달러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메가 법안 초안을 분석한 결과 법안 통과 시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5000억달러(약 3440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 또한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하면서 미국 연방정부 부채의 증가와 감세정책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 등을 등급 하향 배경으로 꼽았다.
20년물 국채입찰에서의 부진한 수요 또한 금리급등을 촉발했다. 미 국채 20년물은 10년물과 30년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고 월가의 주목도도 낮지만,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진 첫 국채입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미 재무부는 이날 160억달러 규모의 경매를 진행했는데 낙찰 금리는 5.047%로 시장 전망치 5.035%를 넘어섰다. 5%가 넘는 높은 금리의 낙찰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응찰률은 2.64배로 평균을 밑돌았고 2월 이후 가장 부진했다. 외국 정부나 펀드, 보험사 등이 포함돼 해외투자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간접 낙찰률은 69.0%로 전월 대비 1.7%p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의 셀 아메리카는 이미 4월 초부터 진행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해외투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71.2%로 전월 대비 16.7%p 급락한 바 있다.
한편 미국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되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동반 급락했다. 최근 한 달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99.63에 거래되면 100선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행정부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세계 경제질서의 중심축이 돼 온 달러화 패권 지위와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