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재수사 놓고 검찰 내 갈등

2025-05-23 13:00:03 게재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 소환하며 수사 속도내지만

“대선 아니었다면 재수사 했겠나” 내부 불만 커져

이창수·조상원 ‘항의성’ 사의 관측, 문정부 자료 전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김 여사 재수사를 두고 검찰 내부가 갈등을 빚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21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 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고검이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자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코스닥 상장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자금과 가족 명의 계좌 등을 활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씨가 관여한 계좌에서 시세조종 주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주’로 가담한 의혹을 받는 김 여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여사도 권 전 회장 등이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할 때 돈을 대는 ‘전주’로 참여하고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범들의 재판과정에서는 김 여사의 계좌 다수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만 주가조작 ‘선수’ 김 모씨 등과 긴밀히 연락하며 거래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주가조작을 공모한 사실이 드러난 이씨와 달리 김 여사의 공모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수사팀은 이씨를 상대로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 경위, 김 여사의 시세조종 인식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재수사팀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김 여사의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권 전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주가조작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검의 김 여사 재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검찰 내에선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4년 6개월에 걸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한 뒤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에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했고, 대법원에서 주가조작범들의 유죄가 확정되자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재기수사를 결정한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 수도권 차장검사는 “대법원 판결이 2심과 달라진 게 없다”며 “재수사한다는 것은 기존 수사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데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검과 서울고검이 대선을 앞두고 ‘면피용’으로 재수사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명확한 사유가 없음에도 대선 이후 예상되는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는 것.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재기수사 결정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이 이례적으로 동반사의를 표명한 데에 재수사에 대한 항의가 담겨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결정 이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중앙지검 수사팀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중앙지검은 최근 서울고검 재수사팀에 문재인정부 시절 수사팀이 작성한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김 여사의 주가 조작 혐의를 단정할 수 없다는 당시 수사팀의 판단이 담겨 있어 재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필요한 조사와 자료 확인 등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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