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직접민주주의 강화”…당원주권주의→국민주권주의로
국정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 운영키로
국민 정책 제안에 답변, 추진과정 공개 추진
차기 정부, ‘국민주권정부’로 이름 붙일 계획
국민 질문→공론화→정책화 방식 채택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차례의 당대표 연임기간 중 추진해왔던 당원주권주의를 국가운영에도 접목해 ‘국민주권주의’를 반영,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국민이 직접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의 청원방식인 신문고나 문재인정부의 국민청원과는 달리 국민이 정책 의견을 내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등 답변을 내놓고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23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선거공보물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강화’ 방안으로 “국민 참여 및 직접 민주주의 활성화를 통해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책 참여 확대를 위해 디지털플랫폼을 활성화하겠다”면서 “국민이 참여하는 의제별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국민 참여’ 확대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강조해온 국민주권주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인 ‘국민이 곧 국가다’를 인용했다. 또 그는 “(12.3 계엄사태 때) 중요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며 “정치란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전남 목포역 유세에서는 “다음 정부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 정부의 상징은 저는 ‘국민주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주권정부’”이라고 했다. 김영삼정부는 문민정부, 김대중정부는 국민의 정부, 노무현정부는 참여정부라고 소개한 뒤였다. “다음 정부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되 국민을 통합하는 정부여야 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언제나 믿는 사람”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충직하게 명령을 수행할 준비를 갖췄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대표를 맡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당원주권주의’를 현실화했다. 당원들에게 주요 정책을 대한 찬반을 온라인으로 물었다. 국회의장단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기존 재적의원 투표로만 선출하는 방식에서 재적의원 투표 80%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합산해 과반 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당원들과의 소통을 늘리면서 국회의원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의 정책과 인사 등이 ‘당원중심’으로 전환됐다. 선출직 공직후보자(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경선 결과가 조직력보다는 당원들과의 소통에 좌우되고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 등 당지도부 선거 역시 당원들의 힘에 의존하게 됐다.
이 후보의 ‘디지털 플랫폼’은 민주당의 ‘온라인정당 플랫폼’을 국가운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제안 플랫폼인 광화문 1번가를 확대 개편해 민의를 잘 모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갖춰 피드백을 하는 게 핵심”이라며 “기존의 정치이해집단에 의해 좌우되는 기조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실현화, 구체화 하려는 이 후보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정책적인 이슈를 많이 발굴해서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주겠다는 후보의 평소 생각이 디지털플랫폼으로 반영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의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제안된 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중간과정까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의 지원으로 시작한 민주당의 ‘모두의 질문 Q’ 방식이 실제 국정 운영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으로 영입된 전 한빛미디어 박태웅 의장이 기획한 ‘모두의 질문 Q’는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이를 정리한 후 다양한 분야의 국민들이 참여해 정책으로 만들려는 프로젝트였다. 지난 12일엔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까’를 주제로 모은 국민들의 질문 6315개를 정책제안서인 ‘녹서 2025’에 담아 이 후보에게 전달됐다.
지난 2월 시작한 정책 제안 플랫폼인 ‘모두의 질문 Q’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려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박 전 센터장은 전날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약작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현재는 당이나 민주연구원에서 나온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문재인정부 국민청원은 상소문처럼 올리고 일방적으로 답해주기를 바라는 건데 ‘모두의 질문 Q’는 질문을 묶어서 녹서로 펴내고 이 질문들을 시민사회 노동계 재계 학계 등에서 공론화, 토론을 해서 답을 찾아 백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금이 필요 없는 제도”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10달 정도 걸려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조기대선이 되는 바람에 백서는 만들지 못하고 녹서만 만들었다”며 “백서는 정책적 대안이면서 민주당의 집권 청사진이 될 것이었다. 대선 1년쯤 전에 ‘우리는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하려던 게 원래 계획이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