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 성장률 전망 0.8%로 낮춰

2025-05-29 13:00:24 게재

한은, 내수부진 경기침체에 통화정책 추가 완화

하반기 한두차례 더 내릴 듯 … 경제상황 최악 판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석달 만에 인하했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경기 부양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큰폭으로 낮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2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에서 2.50%로 0.25%p 낮췄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번째로 올들어 2월에 이어 두번째다. 이에 따라 2023년 1월 이후 장기간 이어진 연 3.50%의 높은 수준에서 1.00%p 낮아졌다. 미국 연준 정책금리(연 4.25~4.50%)에 비해 최고 1.25%p 낮다.

기준금리 인하 배경은 물가와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은 물가안정목표치(2.0%) 수준이고,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2.6%)도 전달보다 0.2%p 내렸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300원대 후반으로 연초 대비 상대적 안정세다.

이에 따라 한은 통화정책 운용의 여지가 커졌다. 극심한 내수부진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줄여 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0.25%)은 경기가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소비(-0.1%)와 설비투자(-2.1%), 건설투자(-3.2%) 등이 줄줄이 역성장했다. 성장세를 떠받쳤던 수출(-1.1%)도 감소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가 최악임을 인정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수출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큰폭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이처럼 거시경제 전반이 크게 침체된 상황에서 이자부담을 줄여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3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지난해 10월, 11월 두차례 금리인하로 기업과 가계 이자부담이 연간 11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 경제 외적인 상황도 일부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4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규모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확장이 이뤄지는 것에 맞춰 통화정책 완화라는 ‘쌍끌이’ 경기부양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101.8)도 비상계엄 선포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금리 인하를 통한 소비심리 자극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 폭과 속도도 주목된다. 현재 시장의 예측은 올해 남은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7, 8월과 10, 11월 각각 한 차례 씩 추가로 두번의 금리인하를 통해 연말에는 연 2.00% 수준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충분히 내릴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 이러한 기대를 높였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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