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8%, 내년 1.6%…저성장 늪에 빠지나
한은, 2년 연속 잠재성장률 이하 전망
통화정책 완화 속도·폭 두고 논란 예고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내수부진과 수출 전망 불확실성으로 경기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밑도는 장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통화정책 완화 속도와 폭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하향 수정했다. 올해 2월 전망치에서 불과 석달 만에 반토막으로 낮춰 잡았다.
1분기 성장률(-0.25%)이 수치로 확인됐고, 2분기 이후 각종 소비와 투자 지표도 개선될 조짐이 안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수정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 △아시아개발은행(ADB) 1.5% △국제통화기금(IMF) 1.0% 등 국제기구 전망치보다 낮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지난달 말까지 내놓은 평균 전망치(0.8%), KDI(0.8%)와 같다.
문제는 내년에도 경기가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날 2026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6%로 하향 수정했다. 올해 전망치를 반토막으로 낮췄기 때문에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낮췄다는 점에서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실질GDP 성장률이 2년 연속 잠재성장률(2.0% 안팎)을 밑돈 적은 없다. 따라서 향후 성장률이 이날 한은이 발표한 전망치 또는 그 아래로 내려갈 경우 장기 저성장 터널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개혁 등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2.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3.25%로 인하한 이후 1.00%p 내렸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1.00%p 하락하면 가계의 이자부담만 연간 12조원 가량 덜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대출보다 더 많은 기업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기업 이자부담도 비숫한 수준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하반기 최소 두차례 정도 추가 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대규모 재정확장 정책을 펼칠 경우 통화정책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한은이 향후 물가안정목표(2.0%)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면 보다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9%, 1.8%로 내다봤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부채 급증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다른 거시경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