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사망 7만명 넘는데 금연클리닉 반토막
금연정책 10년 역주행, 사망자만 늘어 … 11월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 맞춰 개선돼야
질병관리청은 2022년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만2689명, 직·간접 사회경제적 비용은 13조6316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금연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그 성과에 심각한 의문이 생기는 분석 결과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이 10년 새 반토막이 되는 등 기존 금연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은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이해 금연실천과 금연정책 강화를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8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담배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해 담배 없는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담배 산업이 담배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문제”라며 “담배 없는 미래를 위해 담배 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교육·정책·홍보가 연계된 금연 문화 확산 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온 금연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사례가 나타났다. 금연을 위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이 10년 새 반으로 줄었다. 금연 성공률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건소(또는 보건지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총 21만8589명이었다. 2014년 등록자 43만9971명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엔 16만5000명, 2021년 14만7000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코로나19 회복 후 회복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20만명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금연클리닉 등록자 중 6개월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는 10년 사이 15%p 넘게 낮아졌다. 2014년 6개월 금연성공자는 16만2635명으로 성공률은 49.2%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6만9260명, 성공률은 33.3%으로 낮아졌다.
흡연에 대한 경각심 약화와 금연클리닉 서비스 부실 등의 원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연시도율은 집계가 시작된 2016년 57.7%에서 2023년 48.0%로 줄었다. 흡연자 중 ‘1개월 내로 금연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24.6%에서 2023년 12.9%로 감소했다.
관련 예산도 줄었다. 보건소금연클리닉 관련 예산은 2019년 384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313억원으로 줄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금연 의지가 있는 사람이 줄고 있는데 이는 금연클리닉 서비스가 지난 수년간 효과 평가나 개선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 관련 예산까지 축소된 것도 클리닉 등록자 수 감소의 원인”이라며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복지부는 “금연 정책과 캠페인이 흡연 예방 측면 등에서 많이 보완됐고 최근 10년 새 사업이 다변화했다”며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 외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금연치료 지원사업이나 심각한 흡연자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 지원센터 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사업별로 효과성을 분석해서 전체적으로 재편해 효율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신종 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를 규제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지원하고 담배의 유해성분을 국민들께 알리기 위해 올해 11월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을 철저히 준비하는 등 더욱 강력한 금연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담배유행성관리법이 시행에 따른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5년마다 담배 유해성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는 자는 2년마다 제품 품목별로 유해성분 함유량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결과서와 함께 담배에 포함된 원료와 첨가물 등 정보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시판 중인 담배의 유해성분 정보와 유해성분별 독성·발암성 등 인체에 미치는 정보를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