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25년 만에 ‘교육생도 근로자’ 첫 인정

2025-06-02 13:00:23 게재

서울지노위 초심 판정 유지 … 직무교육 중 구두로 탈락 통보 “부당해고”

데이터라벨러로 근무하기로 하고 서류·면접에서 합격한 후 직무교육을 받던 ‘교육생’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적법한 해고 절차를 밟아 해고하지 않는다면 부당해고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의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중노위가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은 2000년 고용노동부가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행정 해석을 내놓은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해 7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국내 데이터 라벨링 업무를 위탁받은 외주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교육생 A씨가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한 서울지노위 초심 판정에 대한 업체의 재심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끔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이다.

중노위는 “사용자는 30일 이내에 근로자를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씨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채용 면접에 합격해 지난해 7월 1일부터 11일까지 업무교육을 받았다. A씨는 “교육기간은 채용 확정을 위한 심사 과정이므로 근로계약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며 채용 확정 전 채용 응시자 신분” 등의 조항이 담긴 교육안내 확인서에 서명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교육 마지막 날인 11일 A씨가 업무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두로 채용탈락을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지논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업무교육은 단순한 채용을 위한 교육 및 테스트 과정이었다기보다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이뤄진 근로의 제공 과정”이라며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판정했다.

근로관계를 부정한 교육안내 확인서도 무효로 판단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에 대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이라며 “이 규정만으로 시용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생은 “업무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을 위한 교육으로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면 사용종속관계가 없다”는 2000년 고용부 행정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중노위 또한 서울지노위 판시 사항에 덧붙여 “교육생으로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교육 과정이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교육안내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며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 하에 작성된 교육안내 확인서의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입사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임의성으로 판단한 행정해석이 있음에도 시용근로계약의 정의와 교육의 성격에 집중해 판단한 점이 중요하다”면서 “임의성을 잘못 해석해 적용한 고용부 행정해석은 시급히 변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훈련(OJT)으로 해야할 교육과정을 외주화하는 변형 채용절차가 만들어진 데에는 교육기간에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원청의 책임도 있다”면서 “앞으로 행정해석 변경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짚어나가면서 교육생 제도 관련 아웃소싱 업체의 관행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A씨는 “취업을 위해 불합리한 조항과 피해를 눈감아야 했던 기존의 근로자들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며 “교육생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임금과 해고를 오직 기업의 편의에 맞춰 마음대로 행하던 기존의 관행이 제자리를 찾는 첫 단추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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