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1대 대선, 새로운 열망과 우리 사회 과제

2025-06-05 13:00:02 게재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국회의 권위와 민주주의의 파괴를 획책한 내란의 한 페이지가 마무리됐다. 최종투표율 79.4%,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은 이번 선거가 가진 중요성과 시민들의 참여 열기를 대변하는 숫자다. 민심은 분명 이번 대선을 통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내란을 종식할 것을 요구했다. 또 지난 몇 달 동안 광장을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이 이야기한 사회 개혁 의제들에 대해 논의해 새로운 세상을 열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내란을 극복한 우리 사회는 분명 대전환의 시점에 와 있다. 극단적 양극화, 차별 철폐, 기후 위기, 고령화 사회와 인구소멸, 지방소멸, 듣기에도 황당한 4세 고시 등 극단으로 치닫는 경쟁교육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에 대해 무언가 실마리를 열어야 했던 것이 이번 대선이었다.

그러나 세차례에 걸친 후보자 토론회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이번 선거에 그 어떤 누구도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용도, 비전도,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도, 하물며 가진 힘을 쓰는 방법도. 우리가 본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깎아내리기, 저급한 표현과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혐오였다. 당선자 이재명 후보의 정책자료집은 사전투표 불과 하루 전에 배포되었으며, 김문수, 이준석 후보 역시 이틀 전에 정책자료집을 배포했다. 도대체 무엇으로 선거를 하려 했던 것인가?

한국 사회 진짜 모습 보여준 섬뜩한 결과

출구조사 발표 후, 20대 청년들의 투표 예측 결과를 보며 유럽 사회처럼 청년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극우가 자기 자리를 점점 넓혀갈 것임을 미리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섬뜩하기도 했다. 지난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교육 현장에까지 침투한 리박스쿨 사태 역시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이 나오던 그날 저녁은 교사로서 경쟁교육, 서열화 교육을 타파하고 교육대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경쟁이 내면화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해 나가지 못한다면, 다가올 미래가 솔직히 두렵다는 것을 느끼는 밤이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서 필자가 속한 세대인 40~50대, 또는 진보 진영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보의 굳건한 핵심임을 확신하고 아직도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확인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굳건한 40~50대의 지지는 진보의 보루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과거 치열한 입시를 뚫고 대학에 입학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는 입시지옥을 물려주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586, 97세대가 키워낸 아들, 딸들이 사는 세상은 '의치약한' 'SKY, 서성한중경외시' 등으로 더 촘촘히 늘어선 학벌 세상이며, 경쟁이 더욱 내면화된 세상에 절망이 내재화된 사회다. 극우가 준동하는 숙주는 바로 사회불평등, 교육대개혁, 사회대개혁 없이 어떻게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대전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만들어갈 세상은 개혁의 열망을 동력으로 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세상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런 세상 열어가기를 기원하고 함께 응원하며 그렇지 못하면 쓴소리 아끼지 않으려 한다.

개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세상이길

대선 결과를 보며 다들 염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기도 하나 그래도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이번 대선의 과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심준희 인천 송현초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