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재판중지’ 할까…‘거부권 없는 입법독주’ 예고

2025-06-09 13:00:02 게재

너무 짧은 ‘허니문’ … 취임 초반 ‘사법리스크’ 전면에

재판부·야당 ‘위헌’ 지적하며 헌법재판소로 넘길 가능성

‘대통령의 변호인’,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들어가 논란

민주당 “불가피한 선택, 독주 논란 어쩔 수 없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입법 독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야당에서는 강하게 비판할 명분이 나온 것으로 이 대통령 취임 초반부터 거센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번 주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재판을 중지시킬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대통령 유죄 선고에 대한 1%의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이 대통령 변호인이 들어가 있어 헌법재판소의 형사소송법 위헌성 판단까지 고려한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재판을 당장 중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부에서 재판 중지를 선언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각 재판부에 재판 중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지침이 내려간 상황에서는 민주당이나 대통령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며 “조율이라도 하게 되면 ‘재판 거래’로 읽힐 수 있어 현재로서는 야권의 반발이나 독주 비판이 나오겠지만 법안 통과 이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질의 회신에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형사 피고인에 대하여 헌법 제84조를 적용하여야 할지 여부는 해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사료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의 첫 공판은 오는 18일로 잡혀 있다. 민주당은 첫 공판 이전에 재판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상고심과 파기환송심이 대선 기간 중 예외적으로 빠르게 진행한 점과 현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도한 점 등을 들어 “재판을 중지하지 않고 진행할 1%의 가능성마저 용납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조국혁신당은 선제적으로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개별 재판부의 선의를 기다리지 말고 헌법상 불소추특권의 절차적 실현을 위한 구체적 명문화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즉각 중단해야”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헌법 제84조에 따라 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이 대통령 변호인’인 이승엽 변호사가 들어가 있는 점은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통과시켜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중지시키려 할 경우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거나 야당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헌법재판소를 민주당 우위로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런 점에서 ‘이해상충 논란’에서 비껴가기 어려워 보인다. 집권 초반부터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 재판 지속 여부가 결국 헌재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해상충 논란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사건을 맡으면 공직에 나가면 안 된다는 취지인지, 어떤 부분에 충돌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행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반발 시동을 걸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께 공개적으로 질문한다. 대통령은 취임 전 진행된 재판을 면제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18일 공직선거법 재판과 다음달 불법 대북송금 재판을 받을 건지 답해 달라”고 했다.

이어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시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방탄 3법’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인지 민주당은 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페이스북에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은 취임 전 범죄에 적용되지 않고, 취임 전 재판은 취임 후에도 진행되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18일과 24일에 각각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공판과 대장동 공판이 예정돼 있다. 대북 송금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 공판준비기일은 7월로 잡혀 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본회의에 올라있는 공직선거법과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방송 3법, 양곡관리법, 상법 개정안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당일에 통과시킨 3개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안은 이미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으로 논란이 적었지만 방송 3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지역화폐법, 상법 등은 상임위부터 강행처리해야 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법원조직법의 경우 법안소위에서 일방 통과한 후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법사위에 계류됐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형사소송법은 집권 초반에 다소 논란이 되더라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른 법안들에 대해서는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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