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앞둔 경찰, 전 정권 수사 속도
김 여사 일가 특혜 논란 ‘서울~양평고속도로’ … 압수수색 증거물 분석 중
‘국정원, 비화폰 정보 삭제 요구’ 의혹 확인 중 … 윤 전 대통령 삭제 지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특검 출범을 앞두고 경찰이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일부 수사의 경우 윤 전 대통령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면 중단 상태인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전 양평군수)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원희룡 전 장관 소환되나 =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에 대한 소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 추진 주체인 당시 국토부 장관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관측이다.
고발인들은 원 전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돼 오던 양서면 종점 노선을 윤 전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이 있는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하도록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2023년 5월 대안인 강상면 종점 노선을 검토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 현재까지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앞서 원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며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와 양평군청, 용역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를 6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해 공사 및 노선 변경과 관련한 보고서와 전자문서들을 확보했다.
경찰은 현재 압수한 문서들을 분석해 고발인 진술과 대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확보한 서류가 방대해 분석에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원 전 장관 등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해당 사업에 대한 용역업체 등의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압수물들을 분석하는 중”이라며 “이 외에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화폰 삭제’ 국정원 개입 정황 포착 = 이런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정보가 계엄 선포 사흘 뒤 원격으로 삭제된 과정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런 과정이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삭제 경위와 관련한 지시 관계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국수본은 지난해 12월 6일 윤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것과 관련해 지난 4일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김 전 차장측은 경찰에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바 없고 전혀 무관하다”라며 “당시 책임자는 박종준 전 경호처 처장”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며 통화내역 4건이 담긴 화면을 공개한 날이다.
경찰은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차장이 연락을 나눈 내역이 없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다만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비화폰 서버 등을 분석하면서 정보 삭제 전 조태용 국정원장과 박 전 경호처 처장이 통화를 나눈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홍 전 차장의 폭로 이후 국정원측이 경호처에 비화폰 ‘보안 조치(원격 로그아웃)’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되면 통신 내역 등 정보가 마치 초기화가 된 것처럼 지워져 이른바 ‘깡통폰’이 된다.
◆윤 전 대통령 관여 여부, 수사 핵심 = 경찰은 박 전 처장과 조 원장 등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1차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정보 삭제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에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사령관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수사받는 사람들의 비화폰에 대해서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경찰은 경호처 실무진이 김 전 차장의 삭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보안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