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이재명정부의 선택, 재생에너지로 여는 진짜 성장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조속한 전환”을 선언,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에너지전환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윤석열정부의 기후 에너지정책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해 온 터라 이제야말로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낼 ‘진짜 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기후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보다 한국도 이제 기후대응 에너지전환 미래성장을 하나의 통합된 발전 경로로 연결 짓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양식이 한계에 다다르며 세계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고, 각국은 새로운 산업 문명을 선도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에게 익숙한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슈밥의 4차 산업혁명, 로빈스의 6차 산업혁명, 그리고 유럽연합의 인더스트리 5.0까지, 이 모든 개념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 변화와 그것이 ICT와 AI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만들어낼 새로운 시대상을 설명한다.
이렇게 기후친화적인 신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열쇠는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다. 실제로 2023년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에너지 관련 기술에 대한 글로벌 투자액은 전년 대비 17%나 증가한 1조8000억달러(약 2340조원)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우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목표한 3배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 약 1경3570조원 규모의 투자까지 예상된다.
이 같은 세계적 변화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현명한 정책이 담보된다면 한국에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산업은 여전히 우수한 IT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른다면 한국도 AI 강국으로 도약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성장’은 단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과제다.
대만의 미래 성장 전략 주목해야
이런 점에서 에너지전환 분야에서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선 아시아 경쟁국 대만이 가는 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20%, 2050년까지 70%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풍력발전에 역량을 집중해 2023년 기준 세계 7위 규모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2035년까지 20.6GW의 해상풍력발전 용량 달성 계획을 세우고 외르스테드(Ørsted)와 같은 해외기업 유치를 통해 기술이전과 연관 산업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개혁 성향인 민진당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이 짧은 시간 안에 가져온 이와 같은 성과는 미래 전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각오와 역할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만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의 정책 사례는 ‘지역분산형 미래성장 모델’이다. 대만은 서부 해안 지역을 따라 대규모 풍력단지를 건설 중인데 이들 풍력발전 생산지 인근에 파워칩(PSMC), 티에스엠시(TSMC), 유엠시(UMC) 등의 반도체 공장을 분산 설치하거나 증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단지 가까운 곳에 들어선 대규모 전력수요 기업은 비용 효율적으로 RE100을 달성할 수 있고, 해당 지역은 연관 부품 산업 및 R&D 집적화로 새로운 경제발전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 같은 대만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략이 곧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산업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 먹는 고래인 반도체 기업들을 수도권에 집중시켜 전력망 과부하와 고압 송전망 갈등, 지역 불균형 문제 등을 초래해온 지난 우리 정부의 개발 방식에 대한 새정부의 대개혁이 불가피한 이유다.
새로운 시장 창출하는 정책과 리더십 기대
에너지전환에서 앞서간 유럽 등의 기후선도국 사례에서 보듯 재생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미래의 시장은 전혀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가 끝없이 탄생하는 신개척지와 같다.
아울러 소수 집중된 권력에 의해 지배되던 왜곡된 에너지 시장도 창의적이고 기후 친화적인 수많은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독립사업자가 주도하는 유연하고 분산적이며 혁신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획기적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의 새로운 틀(framework)을 설계할 수 있는 정부의 선도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범위한 시민적 공감대와 참여를 바탕으로 확실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스마트한 전환 정책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